대통령·공무원 눈치보며 당·정·청 ‘폭탄돌리기’… 8개월 ‘허송’

2014.10.13 22:26 입력 2014.10.13 22:35 수정
김창영 기자

(上) 개혁의 난맥상

공무원연금 개혁은 지난 2월 닻을 올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25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3개 공적연금에 대해 내년에 재정 재계산을 실시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관련법도 개정하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나도록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그려진 게 없다. 지난달 연금학회가 내놓은 개혁안은 특히 하위직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을 사면서 폐기됐다. ‘개혁을 하겠다’는 방침외에 알려진 게 없자 공직사회의 불안만 커졌다. 그 결과 지난해(7086명)보다 25%나 늘어난 8876명(9월말 현재)의 공무원이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달기 어려울 정도로 공감대가 이뤄져 있다. 제대로만 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최대 업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개혁작업을 지켜보면 ‘청사진·개혁 주체·공론화’ 부재 현상이 두드러진다.

[표류하는 공무원연금 개혁]대통령·공무원 눈치보며 당·정·청 ‘폭탄돌리기’… 8개월 ‘허송’

▲ 졸속 추진·의견수렴 부실… 노조·하위직 반발
당·청은 발빼기… 결국 안행부 ‘셀프개혁’ 가닥

지난달 18일 새누리당 요청에 따라 연금학회가 마련한 개혁안의 개요가 흘러나왔지만 안전행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연금학회의 개혁안이 하위직과 젊은 공무원들에게 지나친 희생을 요구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지난달 22일 국회 토론회는 무산됐다. “개혁안 작성에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개입했다”고 의혹이 제기되며 온건성향인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조차 대정부 투쟁을 선언하자 여권은 흔들렸다. 당내 경제혁신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개혁작업을 추진하던 새누리당도 화살이 자신으로 향하자 꼬리를 감췄다.

결국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은 지난달 29일 공무원연금을 정부안을 중심으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돌고 돌아’ 셀프개혁이 된 셈이다. 개혁의 폭과 강도에 영향을 미치는 개혁 주체를 공무원 조직인 안행부가 맡게 되자 ‘용두사미’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새누리당 이한구 경제혁신특별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가 개혁안을 주도하면 일정은 빨라질 수 있지만, 하나마나한 내용이 담기거나 공무원집단의 혜택을 늘리는 쪽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8개월을 허비하면서 저항세력만 키운 것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개혁작업이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 없이 비공식 조직을 동원해 비밀작전을 치르듯 진행된 것을 문제로 꼽았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연금개혁추진위원회라는 제도적 여론수렴 통로를 활용하지 않은 것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연금과 함께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 전반에 대해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가 개혁에 성공하려면 2016년 총선 이전에 개혁법안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입법 준비 등에 최소 6개월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중 연금개혁안이 마무리돼야 한다. 하지만 시간만 잔뜩 허비하면서 세월호 참사 때처럼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해당사자들을 지금이라도 빨리 끌어들여 개혁 논의에 참여시키는 게 순서”라며 “밀실형 논의 대신 광범위한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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