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개혁과정 낱낱이 공개… 불만은 있어도 불신은 없다

2014.10.15 22:02 입력 2014.10.15 23:44 수정
김창영 기자

(下) 해외 사례를 통해 본 개혁과정

<시리즈 끝>

2012년 4월26일 일본 도쿄 나가타초(永田町)에 있는 총리관저 4층 대회의실. 모리타 아키라(森田朗) 학습원대학 교수를 좌장으로 한 10명의 전문가들이 공무원의 퇴직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당시 부총리와 담당 장관도 참석했다. 공무원 인사문제를 총괄하는 인사원이 종업원 50인 이상의 민간기업 6314곳의 퇴직금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공무원에 비해 400만엔(3970만원)을 덜 받는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이를 토대로 공무원과 민간기업 간의 형평성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표류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일본, 개혁과정 낱낱이 공개… 불만은 있어도 불신은 없다

▲ 유의점 회의록까지 홈페이지 올려… 시민 공감 얻기 최우선
한국납세자연맹 “정보공개 청구에도 ‘없다’ 답변만”

“종업원 50인 이상 기업의 퇴직금을 공무원과 비교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으냐. 우수한 학생들이 공무원을 지망하는 점을 감안하면 종업원 1000명 이상 규모의 기업과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민감정 등을 종합 감안해 실시된 조사이고 퇴직금뿐 아니라 급여체계까지 망라하고 있는 만큼 이를 토대로 논의해야 한다.”

일본국가공무원공제조합연합회(한국의 공무원연금공단) 홈페이지에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 관련 회의록의 일부다. 회의 참석자와 내용 요약본은 물론 회의록 전체가 속기록으로 만들어져 공개돼 있다. 홈페이지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고 모든 회의자료는 다운로드할 수 있다.

2015년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개혁을 이끌어낸 일본의 사례는 이처럼 개혁과정을 투명화한 것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2010년 대학교수 5인으로 구성된 ‘사회보장 개혁 전문가 검토회의’를 설치해 기초 보고서를 작성한 뒤 2011년부터 본격적인 여론수렴에 나섰다. ‘내일의 안심’이라는 이름의 집회를 2012년 66개 지역에서 개최해 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했고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무엇보다 연금개혁과 관련한 정보를 낱낱이 공개하는 투명한 논의과정이 공감을 이끌어냈다. ‘누가 더 받고, 덜 받는다’는 불신은 정보공개로 해소됐다. 지금도 지방공무원 홈페이지에는 연금액수 시산 프로그램이 있어 생년월일, 재직기간, 퇴직예정일, 월급여만 입력하면 퇴직 후 개략적인 연금액수를 알 수 있다. 국정감사나 돼야 공무원들이 연금을 얼마나 받는지가 공개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공무원연금공단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도 ‘없다’는 답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가운데)이 15일 서울 종로구 한국납세자연맹 사무실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납세자연맹은 개혁 방안으로 현재 수급자, 고위직, 장기 근속자 등의 연금을 우선적으로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가운데)이 15일 서울 종로구 한국납세자연맹 사무실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납세자연맹은 개혁 방안으로 현재 수급자, 고위직, 장기 근속자 등의 연금을 우선적으로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스웨덴, 오스트리아, 독일 등 공무원연금 개혁에 성공한 나라들도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사회구성원들을 꾸준히 설득해 합의과정을 이뤄냈다는 점에서는 일본과 마찬가지다. 영국은 초당적 연금위원회가 4년간에 걸친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연금백서를 만들어 개혁을 이끌어낸 바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은 공무원과 민간기업의 급여 차이를 철저하게 공개한 것이 오해와 논란의 소지를 없앴다”며 “우리의 연금개혁도 철저한 정보공개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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