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과 정부간 1일 막판 협상이 최종 결렬돼 2일 오전 7시부터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1만~2만명의 보건의료 인력이 현장을 떠나면서 의료대응에 일부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감염병 전담치료병원과 선별진료소 등에서도 파업에 참여, 코로나19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 유지, 보건소 선별진료소 운영시간 연장 등 의료공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보건의료노조 137개 사업장 중 130개 사업장, 의료기관으로는 104곳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파악했다. 민간·사립대병원 24곳, 국립대병원 7곳, 특수목적 공공병원 등 23곳, 지방의료원 24곳, 민간 중소병원 17곳, 정신·재활·요양병원 9곳 등이다. 정부는 해당 병원명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앞서 지난달 이뤄진 노동쟁의조정 신청에는 국립중앙의료원·서울아산병원·고대의료원·부산대병원·전남대병원·녹색병원 등이 참여했다. 파업참여 의료기관 중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곳은 75곳이다. 다만 코로나19 검사는 보건소가 주로 담당한다. 지난달 21~27일 1주간 보건소에서 일평균 4만1000건(88.3%)을 검사했고, 의료기관 일평균 검사건수는 같은기간 5000건(11.7%)이었다. 75개 의료기관의 일평균 검사 비중은 전체의 2.6% 수준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앞서 지난달 18~26일까지 노동쟁의조정 신청을 한 124개 지부 조합원 5만6091명 대상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고, 이중 4만5892명(81.82%) 투표에 참여해 4만1191명(89.76%)가 ‘찬성’했다. 투표율·찬성률 모두 높았는데 코로나19 대유행 2년차를 맞아 “인력을 갈아넣는 대응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이날 오후 6시부터 1시간 가량 각 지부에서 온·오프라인 동시적으로 열린 ‘총파업 전야제’에서는 현재의 고충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석지현 SRC재활병원 지부장은 “한 달 가까이 코호트 격리를 겪었다. 정말 힘든 상황을 겪었다”고, 한 건양대지부 조합원은 “(코로나19로) 일상이 무너졌다. 2년 가까이 영화도 못보고, 같이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고 말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1년7개월 버텼다. 지난해 대통령이 나서서 인력확충, 처우개선 약속했고 현장에서 기대 많았지만 변화는 하나도 없었다”며 “(노정협의에서) 이 엄중한 시기에 절박감 가지고 파업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 측은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인력 30%를 제외한 4만명 중 현실적으로 1만~2만명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간호사를 비롯해 간호조무사·임상병리사·방사선사·물리치료사·보안경비원 등이 참여한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필수 업무직을 제외하면 30%(약 1만6800명) 안팎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복지부는 전국 감염병 전담병원 77곳 중 쟁의조정 신청기관은 38곳이지만, 실제 파업 참여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의사들은 보건의료노조 소속이 아니라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국내 보건의료노동자 80만명 중 파업 참여 예상 규모 등을 볼 때 ‘의료대란’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일선 의료현장 업무 강도가 세지고 코로나19 대응에는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파업을 예고한) 104개 의료기관 대부분이 큰 대형병원이고 감염병 전담치료병원”이라며 “내일 (노조가) 파업하게 되면 중증 병상의 경우 필수 업무 유지라 해당이 없지만 중등증 병상의 경우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총파업 시 비상진료대책에 따라 응급센터 등 24시간 비상진료체계 유지, 병원급 기관의 평일 진료시간 확대, 파업 미참여 공공병원 비상진료 참여 등의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선별진료소 ‘검사 공백’과 관련해서는 보건소 선별진료소·임시선별검사소의 운영시간 연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파업 이후 일평균 검사건수, 의료인력 규모 등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에 군·소방청 등 의료인력 지원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