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기금 여력없는데···육아휴직 급여 재원 마련 어떻게?

2024.06.20 16:59 입력 2024.06.20 17:57 수정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R&D글로벌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주형환 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R&D글로벌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주형환 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출생 대책으로 발표된 육아휴직급여 확대의 재원 확보 방안을 놓고 재정 당국이 고심중이다.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는 고용보험기금의 실적립금이 적자 상태라, 정부의 재정 투입 없이는 ‘허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육아휴직 급여 상한 인상 및 급여체계 재설계안에 따르면 기존 육아휴직급여 상한액이 월 150만원에서 250만원까지 늘어난다. 현행 1800만원인 연지급액 상한도 2310만원으로 높아진다.

육아휴직급여 상한액 인상이 반영되면 내년도 육아휴직급여 지급액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육아휴직급여 지급액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해 1조6964억원이던 육아휴직급여 지급액 예산을 올해 1조9869억원으로 확대 편성했다. 육아휴직 기간이 1년에서 1년6개월로 늘어나고, 육아휴직급여를 회사 복귀 후 순차적으로 지급하는 사후지급금 제도가 폐지되는 것도 급여액 지출을 늘리는 요소다.

문제는 늘어난 급여 지급액을 어떻게 충당할 지다.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는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7조8000억원이다. 하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발생한 적자를 메우기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온 예수금(10조3000억원)을 빼면 실적립금은 약 2조5000억원 적자다. 당장 지출을 늘리기에는 재정 여력이 빠듯하다.

정부 육아휴직급여 예산 추이 이미지 크게 보기

정부 육아휴직급여 예산 추이

재정당국은 아직 재원 마련 방안을 확정하지 못했다. 육아휴직급여 지원을 위한 일반회계전입금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고용보험기금에 일반회계전입금 명목으로 연간 4000억원을 투입했다. 올해 전체 육아휴직 급여액 예산 대비 20%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육아휴직급여를 위한 별도 기금 편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원 예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텐데,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성 등을 고려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세수 부족 상황에서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올들어 4월까지 64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적자 폭은 19조2000억원 커졌다. 여당은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제한한다는 입장이라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쭉 감세 기조인 탓에 당장 재원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재원 방안이 명확하지 않으면 ‘땜빵식’ 처방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런 탓에 정부 발표가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고용보험기금이 노·사가 낸 세금으로 구성되는 만큼,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없는 육아휴직 급여 확대는 제 살 깎아먹기”라며 “과거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이 문제가 될 때도 기재부가 재정을 투입한다 해놓고 보험료율만 올린 적이 있어 이번 발표도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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