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관행 ‘전방위 官-官 접대’

2001.03.01 18:57

경향신문 기획취재팀이 입수한 태릉골프장의 접대내역은 이른바 ‘관·관(官·官)접대’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1998년의 경우 골프장측은 접대의 90%를 북부지역 기관장, 관할 노원구청, 국방부 등 관공서에 할애했다.

모두 80여차례의 접대 중 60여차례를 사장이 직접 나섰고 나머지도 전무와 해당 부장 등 간부들이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식사비 등으로 지출된 비용이 수천만원대에 이른다. 문제는 이러한 행위가 수십년간 이어진 관행이라는 점이다.

골프장측의 접대를 받은 기관은 직·간접적으로 골프장 운영과 관련이 있는 기관들이다. 국방부는 모두 20여회에 걸쳐 식사 접대를, 골프장 대부분 지역을 관할하는 노원구청도 한두달 간격으로 사장 등으로부터 직접 접대를 받았다.

골프장과 인접한 육사 관계자들과 노원세무서, 보훈지청과 국회의원들도 사장과 전무가 직접 접대했으며 서울 북부지역의 기관장들도 사장이 수차례에 걸쳐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관할 구리시청, 노동부, 국방대학원의 관계자들도 접대를 받았다. 또한 골프장측은 국회의원, 보훈지청, 의료보험조합 등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골프장의 한 관계자는 “접대와는 별도로 94~95년 골프장내 건물을 불법 등재시키면서 노원구청 담당자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골프부킹을 해줬으며 잔디 묘포장(현재 밭)을 조성하기 위해 98년 군 장비를 동원하면서도 해당 부대장들에게 부킹을 해줬다”고 말했다.

골프장 직원들도 “역대 사장, 전무 등 간부들에게 관련기관 접대는 필수적인 일”이라며 “역대 사장치고 이들 기관장과 친분을 유지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그동안 국방부 감사나 관할기관들의 조사때도 별다른 지적을 받지 않고 골프장이 운영된 데는 이같은 접대가 효험을 본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태릉골프장측은 “운영을 하다보면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일”이라며 접대사실을 시인한 뒤 “이같은 사정은 군이나 국가기관이 운영하는 대부분의 골프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이진구기자 sys12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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