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입은 보수단체’ 활보… 살벌해진 연평도

2010.12.01 00:09 입력 2010.12.01 10:50 수정

취재진 내보낸 섬 HID 회원들 들어와… 호전적 구호 난무

포격 8일째인 30일 연평도에는 취재진 중 상당수가 빠져나가고 보수단체 회원들이 들어왔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국토를 사수하러 왔다”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군복 차림으로 마을을 활보하면서 연평도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낮 12시10분 연평도 선착장에 검은 군복을 맞춰 입은 100여명이 발을 디뎠다. 군복 옆면에 ‘북파공작원’이라는 마크를 단 이들은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HID) 소속 회원들이었다. 손에는 라면 박스와 모포 등이 들려 있었다.

김희수 HID 회장은 단호한 말투로 “나라는 현역 군인만 지키는 것이 아니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탄 간첩 침투에 대비해 신고·체포망을 구축하려고 여기까지 왔다”고 밝혔다. 일주일쯤 머물 계획이라는 김 회장은 “군에서 인원을 제한한다고 했지만, 나라 지키는 데 인원제한이 어디 있느냐고 따져서 모두 다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내린 배에는 연평도를 빠져나가는 취재진 100여명이 탔다. 연평도가 통제구역이 된 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철수를 통보한 군 당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HID 회원들이 섬에 들어서는 모습을 본 일부 기자들은 “우리한텐 나가라고 하더니 저쪽은 어떻게 들어온 것이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HID 회원들이 여장을 푼 연평초등학교는 전시 기지를 연상케 했다. 조회대에는 ‘언제까지 당할 거냐, 정부는 전면전 선전포고 먼저 하라’는 구호가, 교실 창문에도 호전적인 내용의 펼침막 3개가 나란히 걸렸다. ‘잔인한 응징, 무자비한 보복 우리가 한다’는 구호가 눈에 들어왔다. 적십자 마크를 단 이동 급식차량이 밥을 나눠주던 운동장 조회대에는 HID 깃발 3개가 휘날렸다. HID 회원들은 이날 오후 태극기를 흔들며 애국가를 부르고, 운동장의 쓰레기를 줍기도 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초등학생들이 뛰어다니던 곳이란 느낌이 사라지면서 학교를 찾는 주민들의 발길도 끊겼다. 학교 앞을 지나던 한 주민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인데 분위기가 너무 살벌해졌다”고 말했다.

이날 같은 배편으로 연평도에 들어온 홍정식 활빈단 단장(60) 등 2명은 “우리가 연평도를 지키겠다”며 연평면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해 연평도 주민으로 등록됐다. 등에 멘 가방에 태극기를 꽂고 모자에 ‘해안포 응징분쇄’ 띠를 두른 이들은 ‘연평도 포격만행 사과하라’ ‘북 무력도발시 초전박살’ 등의 구호를 쓴 펼침막을 들고 거리를 활보했다.

<연평도 | 조미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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