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필립, 사퇴 밝힌 지 한 달 넘도록 ‘정수장학회 이사장’ 신분

2013.03.24 22:07 입력 2013.03.24 23:25 수정

교육청 “사퇴 보고 못 받았다”

이사회는 안 열고 임기 연장만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85·사진)이 지난달 25일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러나 동반사퇴 압박을 받는 정수장학회 이사진은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피하고, 장학회도 후임 이사장 선임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사진과 장학회의 잠행이 길어지면서 여론 눈치만 재는 ‘깜깜이 행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지난달 25일 최 이사장이 자진사퇴 의사를 언론에 밝힌 후 감독기관인 서울시교육청에는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최 이사장이 언론에 사의 표명을 했다는 기사만 봤다”며 “이후 최 이사장이 교육청에 그만둔다는 얘기를 한 적도 없고, 이사회 일정을 보고한 적도 없고, 후임 이사장을 새로 뽑았다는 보고도 들어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최필립, 사퇴 밝힌 지 한 달 넘도록 ‘정수장학회 이사장’ 신분

실제 최 이사장은 현재까지 공식적으로는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정수장학회 이운경 감사는 24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최 이사장 사의 표명 후 이사회를 한번도 열지 못했다”며 “이사회가 열려야 사퇴 뜻도 밝히고 후임 이사장도 결정되는 것인데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사퇴 의사를 밝힌 후에도 최근까지 정수장학회 사무실로 출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2주 전부터는 거의 매일 사무실에 들렀으며, 운전기사와 함께 상자로 짐을 챙겨 나가는 모습이 목격된 적도 있다.

시민단체와 야권으로부터 ‘동반퇴진’ 요구를 받은 정수장학회 이사들은 외부와 접촉하지 않고 부정적 여론이 수그러들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김덕순 이사(72)는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잡아뗐다. 다른 이사들은 최 이사장 사퇴 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지난해 12월25일 임기가 끝난 김덕순·신성오 이사는 28일자로 임기 4년을 연장했고, 최병완 감사는 28일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정수장학회가 최근 최 감사에 대한 임기 2년의 연장 신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수장학회 직원들은 사무실에 계속 출근했지만 하루종일 출입구를 닫아두고 장학회 관계자에게만 신분 확인 후 문을 열어주고 있다.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익법인의 이사나 감사 중에 결원이 생기면 2개월 내에 보충하도록 돼 있다.

이사회에서 후임 이사장을 결정하면 이사장 선임을 결의한 이사회의 회의록 사본을 주무관청인 서울시교육청에 제출하고 교육청의 심사·승인을 받아야 취임할 수 있다.

최 이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달 25일 언론사에 팩스를 보내 사퇴 뜻을 밝히면서 “정수장학회는 50년 전 박정희 대통령이 수립한 엄연한 공익재단”이라며 장학사업과 현 이사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구상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부산일보·MBC 지분과 경향신문 부지 일부를 보유한 정수장학회의 ‘장물’ 논란이 계속되면서 박 대통령과 최 이사장이 임명한 이사진 4명에 대해서도 동반퇴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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