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와 재특회·넷우익, 비하 언어·혐오 정서 학습은 ‘닮은꼴’… 거리 활동 여부는 달라

2013.06.03 22:12 입력 2013.06.03 23:06 수정

“조선인은 뭐든지 차별이라고 우기면서 일본인에게 양보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지금 이런 오물, 쓰레기, 구더기들한테 두려움 없이 소리 높여 항의하는 겁니다!” 재특회 회장 사쿠라이 마코토의 말이다. 재특회 회원들은 한국과 중국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내고, 전쟁 포기와 교전권 불인정 등 평화헌법의 근간인 9조 개정이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우익적 성향을 보인다. 일본 내 좌익도 공격 대상이다. 애국, 반조선, 반중국, 반좌익을 표방하는 재특회는 애국, 반진보, 반여성, 반외국인 정서에 기대 노골적인 증오감을 드러내는 일베와 닮았다.

야스다 고이치가 쓴 <거리로 나온 넷우익>(후마니타스)은 한국의 일베 현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다. 출판사는 “한국에 일베가 있다면, 일본에는 재특회가 있다”는 카피를 뽑아 한·일 극우 청년들의 유사성을 강조한다. 양국의 극우 청년들은 외국인 혐오 같은 증오의 정서를 공유하면서도, 행태에선 몇 가지 다른 점을 드러내고 있다. 책을 중심으로 같고도 다른 점을 살펴봤다.

일장기와 피켓을 들고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는 ‘재일특권을 허락하지 않는 시민들의 모임(재특회)’ 회장 사쿠라이 마코토(가운데)와 회원들. | 후마니타스 제공

일장기와 피켓을 들고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는 ‘재일특권을 허락하지 않는 시민들의 모임(재특회)’ 회장 사쿠라이 마코토(가운데)와 회원들. | 후마니타스 제공

공통점으로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인터넷 게시판으로 극우 이념과 혐오·증오의 정서를 학습한다는 점이다. “일베를 통해 정치에 눈을 떴다.” 경향신문 인터뷰에 응한 고교 2년생의 말이다. 한국 근현대사나 야권 정치인, 진보 지식인에 관한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됐다고 여기는 일베 이용자가 많다. 재특회 회원들도 “(인터넷을 통해) 진실에 눈을 떴다”고 말한다. 재특회는 ‘넷우익’에서 파생한 단체다. 일베와 비슷한 극우 인터넷 게시판인 ‘2채널’이 모체로 꼽힌다. 일베 이용자와 넷우익들에게 게시판은 정치적 신념과 이념을 강화시키는 도구이자 매개다.

부정확하거나 일방적인 정보가 빠른 시간에 널리 퍼진다는 것도 비슷한 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일베에서 5·18에 관한 역사 왜곡을 쉽게 찾을 수 있듯 넷우익이 즐겨찾는 인터넷 게시판과 블로그에는 ‘조선진주군’ 사건이 퍼져 있다. 일본 패망 이후 재일 조선인이 조선진주군이라는 부대를 결성해 온갖 포악한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일본 무장 경찰관이 재일본조선인연맹 본부를 수색하는 사진이 ‘무장한 재일 조선인 집단’으로 둔갑해 유통된다. 이들이 재일특권이라고 주장하는 것 중엔 수도요금과 NHK 시청료 면제까지 포함돼 있다.

모멸과 비하의 언어를 거리낌 없이 쓴다는 점도 닮았다. 재특회는 재일 코리안을 ‘총코’라고 멸시해 부르고, 일베는 호남인을 ‘홍어’라는 말로 비하한다.

일베와 재특회·넷우익은 다른 점도 여럿이다. 오프라인 모임 자체를 금기시하는 일베와 달리 재특회나 넷우익은 거리로 나와 활동한다. 일베가 온라인 공간에 익명으로 숨어 있다면, 재특회·넷우익은 거리로 나와 ‘행동하는 보수’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재특회는 2009년 12월 교토 우토로 마을을 찾아가 재일 한국인들은 한국으로 떠나라고 행패를 부렸다. 지난해 2월에는 일본 로토제약 앞에서 한류 연예인 김태희 퇴출 시위도 벌였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2011년 8월 6000명이 모인 후지TV 앞 한류 프로그램 반대 시위는 넷우익들이 중심이 된 시위다. 이들은 언론에도 나와 자기 주장을 공공연하게 드러낸다.

[‘일베 현상’에서 한국 사회를 본다]일베와 재특회·넷우익, 비하 언어·혐오 정서 학습은 ‘닮은꼴’… 거리 활동 여부는 달라

재특회는 자발적인 회비로 유지되는 풀뿌리 시민단체로 전국에 지부까지 두고 있다. 회원들은 자신들을 일반 시민으로 규정하고, 연장자를 ‘형님’으로 깍듯이 모신다. 반면 일베는 서로 ‘게이’(게시판 이용자)라고 부르며 영웅이나 논객을 인정하지 않는다. 일종의 평등주의가 작용하는 곳이다.

재특회 구성원이나 넷우익이 스스로를 약자로 여긴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경제적·사회적으로 배제된 약자로서 계급 투쟁이나 레지스탕스 운동을 하고 있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미국 유학파니 의사니, 교사니 하면서 ‘일베 인증 대란’에 참여하는 일베 유저들의 특성은 ‘한국적’이라고 볼 수 있다.

양국의 보수·극우세력과의 관계에서도 다른 점이 드러난다. 재특회나 넷우익은 기존의 우익이나 신우익과 갈등하고 있다. 일본에서 신우익은 1960년대 이후 자민당과 미국에 종속된 보수 우익을 비판하며, 반미와 반자본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국가권력에 저항했던 우익을 가리킨다. 사쿠라이는 2000년대 초·중반 신우익 활동가들의 ‘행동주의’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신우익의 여러 대표와 활동가들은 재특회 특유의 경박한 발언과 현실감각의 상실을 두고 “재특회에 사상이 없다”고 비판하며 멀어졌다. 재특회 회원들은 자신들의 집회 도중 일본 우익이 군가를 틀고 가면 “시끄럽다”고 야유할 정도로 우익으로 분류되는 것을 싫어한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재특회는 ‘원전을 지키자’ 쪽으로 이슈를 선회했지만, 신우익은 국토 보호 차원에서 원전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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