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로도 위로 안되죠”… 천안함 유족들 ‘침묵 봉사’

2014.04.30 21:59
진도 | 최슬기·천영준 기자

진도 찾은 28명 자원봉사… 빨래·청소하며 슬픔 공유

그들은 말이 없었다. 연두색 자원봉사자 옷을 입고 묵묵히 실내체육관 의자와 바닥을 청소하거나 뺄래를 하고 배식을 하는 등 땀 흘리며 봉사활동에만 전념했다.

30일 전남 진도에 도착,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4년 전 천안함 폭침으로 아들·남편을 잃은 유가족 28명이다. 세월호 침몰 소식에, 그 안에 어린 학생들이 타고 있었다는 이야기에 더 놀란 이들은 ‘어설픈 위로가 오히려 상처가 될까봐 섣불리 나서지 못하다’ 묵묵히 봉사활동을 하며 실종자 가족 곁을 지켜주고 싶어 이날 진도 현장을 찾았다.

4년간 달래온 마음속 상처를 다시 후비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실종자 가족의 슬픔이 얼마나 큰 줄 알기에 잠시라도 곁을 지켜주고 싶어 달려왔다.

천안함 유가족 28명이 30일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해 세월호 사고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청소를 하는 등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천안함 유가족 28명이 30일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해 세월호 사고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청소를 하는 등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이들은 일주일 전 진도자원봉사센터에 신청, 오는 3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봉사활동을 한다. 도착하자마자 청소·배식·세탁·분리수거 등 5개 조로 나눠 일반 자원봉사자와 똑같이 봉사활동에 들어갔다.

이인옥 천안함46용사유족협의회장(52)은 “천안함 폭침 당시 전 국민이 성원해주고 자원봉사도 해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후 배식 봉사활동 등을 해왔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같은 슬픔을 공유한 실종자 가족들 곁을 찾은 것과 관련해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 그는 4년 전 사랑하는 아들(이용상 하사)을 잃었다. 그는 “진도 입구에 들어서니 가슴이 뭉클해지더라”며 “아이들 문자도 보고 하면서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초동 대응 잘못한 부분… 저는 참…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죽으려니 생각도 못하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는 “왜 이런 불행한 일이 자꾸만 일어나는지… 정부는 매뉴얼을 만든다고 하는데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며 가슴 아파했다. 이어 “아들이 제대를 한 달 남겨놓고 사고를 당했다. 현충원에만 가도 아들이 살아 돌아올 거 같고 곧 제대할 거 같고… 여기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될 것”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을 나눌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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