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벨트·넥타이에…몰래 숨은 ‘몰카’

2015.09.09 22:12 입력 2015.09.09 23:30 수정

소형화·고화질 기술로 일상용품 외양과 구분 안돼

경찰, 불법 유통업체 13곳 적발…24종 1397개 압수

김모씨(49)와 고모씨(37)는 지난 3~8월 10여 차례에 걸쳐 서울·경기 지역 빈집털이에 나서 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이들은 범행 2~3일 전 목표로 삼은 아파트를 방문해 화재경보기형 몰래카메라(몰카)를 복도 천장에 설치했다. 인적이 드물 때 몰카를 회수해 녹화 영상을 보고 출입문 비밀번호와 거주자의 출근시간을 확인했다.

소형화·고화질 기술로 몰카가 진화하고 있다. 대다수 몰카는 안경·담뱃갑·벽시계 등 일상용품의 외양을 띠고 있다.

<b>몰카 렌즈는 시계 숫자 속에</b> 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경찰 관계자가 촬영 장면을 휴대전화로 전송하는 벽시계형 몰래카메라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몰카 렌즈는 시계 숫자 속에 9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경찰 관계자가 촬영 장면을 휴대전화로 전송하는 벽시계형 몰래카메라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경형 몰카는 카메라 렌즈가 보이지 않는다. 배터리 역할을 하는 안경다리는 탈·부착이 가능하다. 담뱃갑형 몰카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실제 담뱃값 아래쪽에 초소형 몰카를 달았다. 벽시계용 몰카는 숫자 부분에 작은 렌즈를 삽입했다. 자세히 들여다봐도 발견이 쉽지 않다. 넥타이에 작은 구멍을 뚫어 몰카 렌즈를 삽입한 제품도 있다. TV 리모컨 등 생활 소품과 단추와 벨트, 손목시계, 라이터, 이동용저장장치(USB) 등 휴대품에도 초소형 카메라를 탑재할 수 있다. 여성들을 상대로 한 길거리 ‘도둑 촬영’에는 신용카드 2장 정도 두께로 휴대전화 케이스에 넣을 수 있는 몰카가 자주 활용된다.

몰카 가격은 10만원에서 40만원선이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우습게 볼 게 아니다. 불빛이 없어도 적외선 촬영이 가능하고, 동작을 감지해서 촬영하는 ‘첨단’ 제품들이다.

경찰은 ‘워터파크 몰카 사건’ 이후 지난 1일부터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경기 고양시의 한 고등학생은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구입한 볼펜형 캠코더 219대를 판매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불법 수입·유통업체는 보따리상이나 소액 국제택배를 통해 몰카를 밀반입했다. 현행법상 몰카는 전파인증을 받아야 한다. 인증번호를 위조하거나 인증받은 제품번호를 인증받지 않은 제품에 부착하는 수법이 활용됐다. 경찰은 전파법상 적합성 검사를 받지 않은 제품을 유통한 13개 업체, 18명을 검거했다. 이들이 불법 유통한 몰카는 24종, 1397개에 달했다.

기능면에서 몰카와 다름없는 휴대폰 무음촬영 애플리케이션(앱)도 문제다. 2004년 정부는 ‘휴대전화 사진촬영 오·남용 규제방안’을 만들어 촬영 시 알림음 발생을 의무화하게 했다. 그러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면 알림음을 무력화하는 앱 수십 가지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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