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철탑 농성장의 새해맞이

2013.01.01 22:17 입력 2013.01.02 09:36 수정

최씨 “수배 풀려 맘껏 라면 먹고 싶어”

천씨 “정규직 돼 내려가 장가가야죠”

1일 오전 7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 25m 높이의 철탑에서 77일째 최병승씨(37)와 천의봉씨(32)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기자가 크레인을 타고 철탑에 오르자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온도계는 영하 5도를 오르내렸다. 15개의 철판을 덧대 만든 농성장은 초라했다. 세찬 겨울바람을 막기 위해 만든 비닐천막은 둘이 겨우 ‘칼잠’을 자기에도 비좁아 보였다. 천막 지붕에는 밤사이 얼어붙은 고드름이 걸려 있다. 지붕이 낮아 허리를 펼 수조차 없었다.

오전 7시53분 울산 앞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새해 첫해가 불쑥 치솟아 올랐다. 철탑 농성장에도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둘은 새해 소망을 묻자 “여전히 새해가 시작됐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이걸 바꾸는 게 우리의 새해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송전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노동자 최병승씨(왼쪽)와 천의봉씨가 1일 새해 첫 아침 농성 현장의 천막 안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송전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노동자 최병승씨(왼쪽)와 천의봉씨가 1일 새해 첫 아침 농성 현장의 천막 안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최씨는 “재벌이라고 법 위에 군림한다면 이 땅에 희망은 없다”고 밝혔다. 또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했다는 사실은 대법원 판결에 이어 행정·입법부도 확인한 사실”이라며 “이젠 현대차가 불법파견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미 정규직 전환이 옳다는 법원 판결까지 나온 상황에서 우리가 굴복한다면 불법파견으로 고통받고 있는 한국의 모든 제조업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최씨는 정규직 전환을 내걸고 9년째 재벌인 현대차와 맞서왔다. 그는 “투쟁 기간의 절반인 4년6개월을 수배와 구속으로 보냈다”며 “지금 받고 있는 수배령이 풀려서 사람들 눈치 안 보고 편하게 라면 한 그릇 먹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천씨는 “장가를 가야겠는데 누가 비정규직한테 오겠느냐”면서 “(송전탑을) 내려가 장가가고 싶다”고 말했다.

눈부신 아침 햇살이 철탑 위에 쏟아지는 동안 송전탑 중간에선 ‘함께 살자’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바람에 펄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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