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첫 급여 받던 날… “이런 시급”

2015.03.11 22:19 입력 2015.03.11 23:13 수정

20대 청년이 겪은 호주·한국의 ‘최저임금 생활기’

▲ “호주서 2년간 7000만원 모았지만, 한국에선 김밥 고르는 것도 사치”
노동자 227만명 최저임금 못 받는 현실… ‘인상론’ 국가적 현안으로

김영씨(23)는 고교 2학년이던 2010년 학교를 그만뒀다. 형편이 어려워 대학 등록금을 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직접 돈을 벌기로 맘먹고 그해 6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포도농장에서 포도를 따고, 샐러드 공장에서 상품을 포장했다. 케이블 공사 현장에서 잡부로도 일했다. 최저임금을 받았지만 2년간 7000만원을 모았다. 호주의 최저임금은 올해 환율로 1만7000원가량이다.

김씨는 2013년 비자 문제로 잠깐 귀국했다. 6개월간 커피숍 2곳에서 휴일 없이 일했다. 월급으로 130만원을 받았다. 호주에서의 1주일치 급여보다 적었다. 김씨는 “통장에 숫자가 제대로 찍힌 게 맞는지 믿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완전히 귀국한 그는 영화관에서 검표 일을 하고 있다. 밤엔 방송통신대학 강의를 듣는다. 지난해 시급 5210원을 받았고, 올해는 5580원을 받는다. 딱 최저임금이다. “그래도 시급이 370원 오른 만큼 사치도 부려요. 작년까지 한 줄에 2500원 하는 참치김밥을 먹었는데 요즘은 500원 더 비싼 돈가스김밥도 먹거든요.” 11일 서울 신촌 커피숍에서 만난 김씨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태어나서 처음 사본 스마트폰은 월 8만원씩 하는 통신비를 감당할 수 없어 6개월 만에 해지했다. 지금은 통신비 1만원짜리 2G 알뜰폰을 쓴다. 그는 “알바생도 주말엔 데이트하고 싶고 커피도 마시고 싶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하루하루의 생명줄이지만, 최소한의 문화생활은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최저임금은 생명줄이다]한국서 첫 급여 받던 날… “이런 시급”

국회에서, 노동현장에서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내수 진작을 위해 최저임금을 빠르게 올려야 한다”는 최경환 부총리의 말과 “(가계와 개인) 소득이 성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지적이 앞다퉈 이어지고 있다. 노사의 이견이 크고 하한선 법제화를 두고 여야가 갈리지만, 최저임금위원회가 오는 6월 답을 낼 때까지 최저임금은 대한민국의 화두가 될 상황이다.

지난해 8월 기준 227만명(12.1%)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다. 2012년 8월 9.6%였던 이 비율은 1년 뒤 11.4%, 2년 뒤 12.1%로 뛰며 박근혜 정부에서 2년 연속 상승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소득 없는 성장과 노동시장 양극화의 골이 깊어져 국민들의 소비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수를 진작하려 해도 부동산 붐으론 어렵고 임금밖에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라며 “늦었지만 최저임금 인상률을 박근혜 정부가 해온 7%대보다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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