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절대 발붙일 수 없다"는 세종텔레콤 회장의 노조해체 요구

2016.04.01 14:42 입력 2016.04.01 15:10 수정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58)이 “민주노총을 상급단체로 한 노동조합이 회사 내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며 노조 해체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용자가 노조 활동에 지배·개입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로 노조법상 금지돼 있다.

경향신문이 1일 입수한 녹취록을 보면, 김 회장은 지난해 5월29일 서울 상일동 본사 대회의실에서 노조 집행부와 만나 “나는 지금 온세텔레콤 노조를 여러분한테 해체하라는 거야. 이 책을 읽어보면 여러분들은 일하러 온 사람들이 아니야. 회사를 뺏으러 온 사람들이야”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책은 김상봉 전남대 교수의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로 “주주에겐 배당금을, 노동자에겐 경영권을!”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는 이 책이 노조가 설치했던 사내 도서관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의혹을 제기했던 것이다. 그는 “여러분은 이 책을 아무도 읽은 사람이 없고 이 사상에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건 분명히 온세텔레콤 노동조합 교본”이라며 “일단은 노조 해체를 하고 (기업노조인) 세종텔레콤노조로 가든지 아니면 가입을 안 하든지…여러분은 일선에서 일만 해”라고 말했다.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

지난해 4월 통신회사인 세종텔레콤과 온세텔레콤은 합병을 한 뒤 회사명을 세종텔레콤으로 정했다. 세종텔레콤은 복수노조 사업장으로 상급단체를 정하지 않은 세종텔레콤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온세텔레콤지부 등 2개의 노조가 있다. 온세텔레콤지부는 합병 이후 회사명이 세종텔레콤으로 바뀌었지만 노조 명칭에는 온세라는 표현을 그대로 쓰고 있다.

김 회장은 합병 전인 2014년 10월25일에는 전 직원를 상대로 한 강의에서 “제가 노조 정책에 관여하는 것은 불법인 줄 압니다만 정직하게 말씀드리겠다”며 “자본을 인정하지 않는 민주노총은 절대로 우리 회사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해 7월 이 발언을 문제삼아 김 회장을 노조법 위반으로 고소했고, 서울동부지검은 지난달 3일 김 회장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민주노총(온세텔레콤지부)에 대한 김 회장의 적대적 인식은 현장에서 노조 탈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정모 전 IT본부장은 지난해 7월8일 IT본부 온세텔레콤지부 조합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요즘 노조 문제 때문에 굉장히 시끄럽다. 회사가 통합이 됐기 때문에 노조도 통합이 되는 쪽으로 가길 바란다. 영업 문제가 정상화되려면 온세 노조 문화보다는 세종 노조 문화로 가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는 게 회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 전 본부장은 “저도 개인적으로 노조 문제 때문에 굉장히 힘들다. 어제 같은 경우는 회장님이 저를 불러서 회사를 그만두라고 했다”며 “전체 본부 단위로 볼 때 이게 다 비교가 돼버리고 정리를 못하면 심한 경우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정 전 IT본부장은 지난달 31일 퇴사했다.

온세텔레콤지부 조합원 규모는 지난해 66명, 올해 44명이 탈퇴하면서 현재 35명만 남은 상황이다. 회사는 올해 3월 조직개편을 하면서 개인영업을 하는 매스영업팀을 신설했는데 팀원 25명 중 17명이 온세텔레콤지부 조합원이다. 정성욱 온세텔레콤지부장은 “웹 개발자, 전산 담당 직원 등 영업직이 아닌 직원까지 이 팀으로 발령을 냈고 아침 교육 뒤 밖으로 나가서 영업을 하게 하고 저녁에 들어와 하루 실적을 적으라며 압박하고 있다”며 부당전직 구제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텔레콤 측은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있는 중으로 아직 공식적으로 회사 입장을 언급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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