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공장 ‘작업환경 보고서’ 산업부 “국가기술 포함”…공개 제동

2018.04.17 22:51 입력 2018.04.17 23:11 수정

2007~2008년 보고서는 제외…행정심판에도 영향 끼칠 듯

노동부 19·20일 공개 방침에 행심위 “대외 공개 보류” 결정

산업통상자원부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판정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도 고용노동부의 해당 보고서 대외 공개 결정을 보류하도록 결정했다.

이로써 19일과 20일 차례로 정보공개 방침을 세운 노동부의 결정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삼성전자는 산업부와 중앙행심위의 결정이 나오자 반기는 분위기다. 이는 정부와 법원에서 각각 심리 중인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최종 결과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17일 “2009~2017년도 화성·평택·기흥·온양 반도체공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일부 내용이 국가핵심기술인 30나노 이하 D램, 낸드플래시, AP 공정, 조립기술 등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공정명, 공정레이아웃, 화학물질(상품명), 월 사용량 등으로부터 핵심기술을 유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2007~2008년 작성된 보고서에 대해서는 30나노 이상 기술과 관련돼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산업부는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반도체전문위원회를 열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됐는지 심의했다.

이번 결정은 산업재해 피해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당사자’에게 제공할 수 있지만 보고서 내용이 ‘제3자’에게 공개될 경우 영업비밀이 유출될 수 있다고 밝힌 삼성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는 기업이 작업장 내 유해물질에 대한 노동자의 노출 정도를 측정하고 평가한 문건이다. 6개월마다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제출되지만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된 사례는 없다. 그러나 산업부가 일부 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됐다고 확인해줌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 판정 결과를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과정에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핵심기술이라고 해서 정보공개를 하지 못한다는 법규는 없지만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됐다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날 중앙행심위도 삼성전자가 반도체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와 관련해 낸 정보공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중앙행심위는 노동부가 정보를 공개하면 행정심판 본안에서 다툴 기회가 없어진다는 이유로 집행정지를 받아들였다. 향후 본안 판단이 나오기까지는 1∼2개월가량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보고서 공개를 즉각 제지하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도 함께 제기한 상태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13일 삼성전자가 노동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결정 취소 소송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리를 진행했다. 이에 대한 법원 결정은 이번주 중 나올 예정이다.

노동부는 산업부 판정을 존중해 보고서 공개를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노동부는 근로자를 대리한 노무사 및 ‘제3자’인 방송사 PD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공개해달라”고 신청한 사안에 대해 공개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삼성전자는 이달 초 행심위에 행정심판과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와 함께 산업부에 보고서 내용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확인해달라고 요구했다.

그간 노동부는 정보공개법상 행정기관의 정보공개 의무가 특정사안의 이해 관련성을 불문하고 정보 이익 그 자체를 권리로서 보장하는 객관적 의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삼성전자는 “보고서에 담긴 해당 공장 라인 배치나 화학물질 사용에 관한 정보는 핵심기술”이라며 반발했다. 중국과 반도체 기술 격차가 단축된 상황에서 관련 정보가 유출되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이라는 주장도 폈다. 노동계와 경영계도 편이 갈려 논쟁을 벌여왔다.

이번 판정은 정부의 기업 정보공개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도 개별 사업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를 막기 위해 삼성전자와 똑같은 구제 절차를 밟고 있다.

<구교형·이윤주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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