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도 추석에도…“누군들 배달하고 싶나요”

2019.09.09 22:03 입력 2019.09.09 22:05 수정

명절 대목 “쉬면 거래 끊겠다” 대행업체들 울며 겨자 먹기

강풍에 위험 감수, 명절 제사만 겨우…“정부, 기준 마련을”

“종손인데, 제사만 지내고 바로 나가서 일해야 하게 생겼다.” 경남 창원의 2년차 라이더 김모씨(48)는 이번 추석에도 일한다. 김씨가 속한 배달대행업체 ㄱ사가 영업하기 때문이다. ㄱ사가 ‘나쁜 회사’여서가 아니다. 사장 ㄴ씨도 일한다. ㄴ씨는 “나라에서도 명절에 쉬라고 하는데, 이놈의 일은 도대체 쉴 수가 없다”고 했다.

사장과 기사 모두가 원치 않는데도 명절에 일해야 하는 건 업계 경쟁 때문이다. 창원시에는 바로고, 부릉 등 거대 플랫폼 회사를 비롯해 대략 20개의 경쟁사가 있다. ㄴ씨는 “음식점은 명절에 더 장사가 잘돼 배달 수요가 늘어난다”며 “배달 안 한다고 하면 거래처가 당장 ‘업체를 갈아타겠다’고 압박한다”고 했다.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강타한 지난 7일에도 ㄱ사 사람들은 바쁘게 일했다. 당시 창원에는 강한 바람에 나뭇가지, 간판 등이 날아다녔다. 김씨는 “잠깐 배달을 멈췄더니 바로 회사에 전화가 빗발쳤다”며 “ ‘내가 나가보니 바람 별로 안 세던데’ ‘다른 업체는 다 일하는데 너희만 왜 못하냐’고 하더라”고 했다. 날씨가 궂은 날 배달은 평소보다 1.5배 정도 많다.

ㄴ씨는 “배달앱을 업체마다 자율적으로 닫아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앱 열고 배달 받으라’ 하는 거래처(음식점)의 압박에서 자유롭기가 어렵다”면서 “ ‘명절 하루는 쉬어라’ ‘폭염주의보, 호우주의보가 내린 지역은 배달프로그램 운영을 중지하라’는 식으로 정부가 기준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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