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칼럼

반복되는 언론자유 침해

2010.08.24 21:10
김서중 | 성공회대 교수 신문방송학

[미디어 칼럼]반복되는 언론자유 침해

MBC 김재철 사장이 지난 17일 불과 방송 몇 시간 전에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 방송을 보류한 것은 우리 언론의 자유, 독립성이 지금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에 와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4대강 사업이 겉으로 내세운 명분과 다르게 대운하 사업으로 변형되고 있었다면 사업 포기선언까지 했던 대통령이 국민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공식적인 조직이 아니라 영포회와 같은 조직이 그 결정과정에 실질적으로 개입하였다면 그것은 국정 농단의 사안이다.

따라서 일말의 의심이라도 있다면 보도했어야 마땅하다. 외려 의심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재하지도, 보도하지도 않은 타 언론들이 부끄러워 할 일이다. 그런데 국장 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는 공영방송 MBC에서 사장이 사전 검열에 해당하는 시사회를 요구하고, 거부하자 이를 빌미로 방송보류를 결정했다. 이는 김재철 사장이 공영방송사 사장이기에 앞서 실질적 임명권자의 대리인으로서 자기 임무를 다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한 근거다. 이러니 김 사장이 ‘조인트 까이고’ 임원 인사를 했다고 발언한 김우룡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세간의 이목이 「PD수첩」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언론자유는 이곳저곳에서 침해당하고 있었다.

KBS의 경우 <추적 60분>이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막말 동영상을 다루고자 했지만 데스크에 의해 거부당했다. 데스크는 천안함 유족 비하발언을 보도가치가 없다고 보고, 외려 후보자가 유족들의 슬픔을 동물에 비유한 것을 언론에 여과 없이 보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제작 가이드라인이라고 했다 한다.

더 나아가 노무현 차명계좌 건은 차명계좌의 실존 여부 취재가 우선이라면서 물타기를 했다. 하지만 지금 후보자는 천안함 유족을 만나 사과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겠다 하고 있으며, 막말 파문이 청문회의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 데스크는 속된 말로 자기 조직인 KBS를 ‘물 먹인’ 것이며 국민의 알권리라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침해한 것이다. 데스크도 천안함과 노 전 대통령 유족에게 사과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MBC 김 사장이나 KBS 데스크의 행태를 정치적 선택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정치적 행태도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들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한 것이 아니라 헌법을 비롯한 실정법에 명백히 위배되는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 헌법은 21조에서 언론자유를 보장하고 검열을 부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능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법률로서 정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방송법은 1조에서 방송의 공적 책임을 강조하고, 4조에서 방송편성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으며, 취재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지키라고 하고 있다. 6조에서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경영진이나 데스크가 일방적으로 방송편성을 강제할 수 있다면 편성 규약이 실정법의 정신을 어긴 것이며, 이들의 행동이 편성규약에 위배된다면 실정법을 어긴 것이다.

「PD수첩」 불방 건에 대해서 뜻 있는 시민들과 단체들이 여론의 힘이라는 민주주의의 저력을 보여줌으로써 일견 해결된 듯 보이지만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아니다. KBS <추적 60분> 불방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또 이런 사안은 다시 반복될 것이다. 그때마다 이 정권 들어 시민이 피곤을 무릅쓰고 나섰던 것을 반복해야 하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미 진행되어온 그리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방송장악, 방송구조개편의 본질을 인식하고 이를 막는 일에 총력을 다 해야 한다. 공영방송사의 사장을 정부가 편법과 불법으로 교체하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바꾸고, 사적 이해를 대변하는 대기업, 신문들이 방송뉴스 영역인 종편, 보도채널 그리고 지상파에 진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광고를 풀어 종잣돈을 대주기 위해 수신료를 인상하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 앞으로 더 피곤해지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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