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칼럼

PD수첩과 이명박 정부

2010.08.31 21:28
김평호|단국대 교수·언론학

[미디어 칼럼]PD수첩과 이명박 정부

김재철 사장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로 불방되었던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이 일주일 늦게 지난주 화요일에 방송되었다. 프로그램의 핵심을 요약하면, 현재 진행되는 4대강 공사의 실제 내용을 볼 때 국민들이 반대하는 운하를 만들지 않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PD수첩」 사태가 보여주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그 일행이 4대강 사업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청와대 ‘조인트’ 덕분에 문화방송 사장이 된 사람으로서는 4대강 공사의 진실을 담은 프로그램을 막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을 것이다.

또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함으로써 청와대에 성의를 표시한 것이라는 비아냥거림으로 전락한 국토해양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실 4대강 사업이 불법·탈법을 저지르면서 신속하게 진행되는 원동력 중 하나는 이러한 두려움이다. 대통령은 자신이 추진력 없는 사람으로 비치면서 임기 내에 눈에 보이는 성과물을 내지 못할까 봐, 건설토건업자는 정부에 밉보여 다른 사업에 지장이 있을까 봐, 공무원은 자칫 대통령 눈 밖에 날까 봐, 교수나 연구자들은 연구용역을 따내지 못할까 봐, 강 주변의 땅 주인들은 오른 부동산 값이 떨어질까 봐, 지역의 중소상인들은 공사판 인부들이 쓰는 돈이 마를까 봐, 또 다른 지역민들은 4대강 사업으로 동네에 풀릴 돈이 오지 않을까 봐, 등등.

여기에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개발=잘사는 것’이라는 거의 종교적인 믿음이 작용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또 개발의 이권을 고리로 정부관료와 건설업자, 관련 기관이나 연구소 등이 얽혀 있는 소위 ‘개발동맹’의 정치경제학 역시 4대강 사업을 밀고 가는 주요동력 중 하나이다. 한편으로는 두려움과 또 다른 한편으로는 돈에 대한 욕망이 범벅이 된 채, 아예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만들기 위한 4대강 속도전은 오늘도 변함없이 계속된다.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4대강 사업은 삼천리 금수강산 한반도 남쪽의 자연에 대한 대학살이다. 4대강이 도륙되는 지경에서 우리는 전두환과 광주학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하나가 숱한 사람을 죽여가면서 정권을 찬탈한 내란이라면, 다른 하나는 귀하디귀한 자연을 죽여가면서 국토를 유린하는 또 다른 형태의 내란이기 때문이다. 불교환경연대에서 4대강 사업을 ‘이명박의 난’이라 이름 붙인 것도 이러한 인식에 기초한 것일 터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그것을 강 살리기라 부른다. 되짚어보면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가 드러낸 것은 이 나라의 기득권 세력이 대체로 거짓으로 얼룩진 집단이라는 것이다. 이번의 청문회 사태에서 그것은 다시 확인되었다. 총리나 장관 후보자들이 사퇴하는 사태를 두고 아까운 능력자들이 밀려나간다는 식으로 말하는 청와대는 자신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한 집단이다. 나아가 공정한 사회를 위해 이들의 사퇴를 받아들인다는 식의 표현에 이르면 청와대가 거의 언어착란증세를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긴 삼성의 이건희씨는 사람들이 정직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이명박 정부는 서민을 살리는 공정한 사회를 지향한다고 말한다.

행위와 말이 따로 노는 언어착란의 시대, 곧 거짓의 시대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거짓의 시대에 진실한 미디어는 희망의 표상이다. 표현의 방식이나 내용에 차이가 있을 뿐 사람은 누구나 시대와 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마련이다. 그 질문은 작게는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부터 크게는 나라와 세계에 대한 것까지 포함한다. 그 질문의 고리들을 뉴스로 엮든, 드라마로 엮든, 오락 프로그램으로 엮든, 다큐멘터리로 엮어내든 미디어는 그것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과 지역과 사회, 나아가 세계를 하나의 공동체로 보게끔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 공동체가 정의롭고 건강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진실을 꿰뚫어보는 미디어가 필요하며, 그것이 바로 미디어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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