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광고 직접영업은 사주이익 챙기기”

2011.11.01 19:13

언론·시민단체 “MBC도 광고판매사 설립 본격화”

지상파 방송 SBS의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이하 SBS홀딩스)가 방송광고판매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하자 미디어 생태계의 붕괴를 우려하는 언론·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SBS홀딩스가 오는 14일 실시하는 광고판매사 설명회를 물리력으로 저지하겠다고 1일 밝혔다.

전국언론노조와 미디어행동 등 언론·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서울 목동 SBS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BS홀딩스의 광고판매사 설립은) 지상파 SBS를 제물로 삼아 사주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구조를 완성하겠다는 야욕”이라며 “방송지주회사라는 탈을 쓴 천박한 자본의 본성으로 무료 보편서비스 방송인 SBS를 유린하는 행위를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역민방 노조협의회도 별도의 기자회견문을 내고 “SBS홀딩스가 조선·중앙·동아·매경 종합편성채널과 함께 광고 강매 행위에 돌입하겠다고 나선 것은 책임있는 지상파 방송사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체면마저 내팽개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9개 지역민방 노조위원장들은 광고판매사 설립 중지를 촉구하며 삭발식을 치렀다.

지역민방 노조 삭발 SBS와 네트워크 관계인 지역민방의 노조위원장들이 1일 서울 목동 SBS 사옥 앞에서 SBS미디어홀딩스의 광고판매사 설립 중단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지역민방 노조 삭발 SBS와 네트워크 관계인 지역민방의 노조위원장들이 1일 서울 목동 SBS 사옥 앞에서 SBS미디어홀딩스의 광고판매사 설립 중단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SBS홀딩스는 종편 4개가 출범해 광고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광고판매사법 입법 공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틈타 지난달 27일 미디어 광고판매대행사인 ‘미디어 크리에이트’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대표이사를 비롯해 임직원 50여명에 대한 인사 발령을 마쳤으며 오는 14일엔 광고주와 광고제작사를 초청해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2008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SBS는 방송통신위원회 권고에 따라 한국방송광고공사(이하 광고공사)에 광고 판매를 위탁해왔다. 헌재는 광고공사가 지상파 광고 판매를 독점하는 것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SBS 우원길 사장은 지난달 27일 사내 전산망에 올린 글에서 “(광고판매사 법인 설립은) 방송사가 광고 영업권을 빼앗긴 지 31년 만의 일”이라며 “종편과 본격적으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품질의 콘텐츠 제작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SBS 및 9개 지역민방 노조는 SBS홀딩스가 광고 매출의 상당 부분을 지주회사로 돌릴 경우 방송사 수익이 급감해 제작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며 염려하고 있다. SBS홀딩스가 광고 직접 영업을 시작하면 광고공사 체제에선 지상파 SBS로 바로 들어가던 광고 판매 수익이 SBS홀딩스를 먼저 거치게 된다. 2010년 기준으로 광고공사가 위탁 판매한 SBS의 광고 매출은 5023억원, 9개 지역민방의 광고 매출은 1535억원이다.

이윤민 SBS 노조위원장은 “SBS 사장이 지역민방 사장들에게 ‘3년 매출의 평균치를 5년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들었다. SBS 사장이 무슨 권한으로 그런 약속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사측은 광고 영업을 지주회사에 양도하면서도 이사회를 개최하거나 노조에 사전 협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말했다.

SBS홀딩스가 광고 직접 영업에 뛰어들면서 MBC도 들썩거리고 있다. 언론노조는 “서울 MBC가 오는 3일 지역 MBC 사장들을 대상으로 광고판매사 설립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MBC가 광화문에 사무실을 임대하고 광고판매사 설립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MBC 관계자는 “급변하는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광고판매사 설립에 관한 연구팀을 꾸린 건 사실”이라면서도 “지역 사장단 설명회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며 사무실을 임대했다는 소문도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광고공사는 지상파의 광고 직접 영업이 국회의 입법 노력을 부정하고 방통위의 권고를 위반하는 행태이기 때문에 지상파 광고판매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상파 광고판매사가 직접 영업을 하려면 광고공사의 방송광고 소재 전송시스템(코덱스)을 빌려 써야 하므로 광고공사의 협조가 불가결하다.

SBS홀딩스 관계자는 “광고공사의 협력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광고판매사가 언제쯤 직접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지 확정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며 “광고공사와의 관계를 부드럽게 정리하는 데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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