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경복궁역에 다시 간 까닭은?

2001.02.01 17:36

사법피해를 당한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목숨을 건 투쟁을 몇 달째 계속하고 있는데도 왜 청와대는 꿈쩍도 하지 않을까?

청와대 코앞에서 유난히도 추운 이번 겨울을 다 보내면서 투쟁을 해왔어도 사법피해자인 그들은 왜 개끌려가듯 경찰서에 강제로 실려 끌려갈까?

“억울한 일을 당하고 집에 도저히 앉아 있을 수 없다. 죽어도 청와대 앞에서 죽을 것이다.”

사법피해자 남귀옥(54·여)씨와 임복순(69·여)씨가 지하철 3호선 경복궁 역에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이들은 “돈 없고 빽 없는 것도 서러운데 죄 없는 우리를 죄인 취급하는 공권력의 횡포에 너무 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며 기자를 붙잡고 하소연했다.

사법피해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이곳에서 철야농성을 해오고 있던 남씨와 임씨는 농성 118일째인 지난달1 2일 집회시위법 위반으로 즉결에 넘겨졌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30일에도 ‘철도법 위반’으로 이틀간의 구류를 받은 적이 있다.

남씨는 “그날 아침 종로 경찰서 소속인 통의파출소장을 비롯한 경찰관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영하 15도 날씨에 잘못하면 동사한다며 파출소로 데리고 갔어요. 몸을 녹이라며 차까지 주더니 갑자기 ‘또 고발이 들어와 즉결에 넘겨야 한다’고 말했어요”라고 그때의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했다.

구류 5일을 선고받고 종로경찰서에서 5일을 보내고 나온 두 사람은 경복궁 역에 다시 가지 못했다. 이들은 경찰서 문을 나오자마자 십여 명의 경찰에 의해 강제로 부산으로 끌려갔기 때문.

임씨는 “우리의 억울함이 풀리기 전까지는 설날도 경복궁 역에서 보내려고 작정, 쌀 20kg을 사서 보관해 놓았다”며 “경찰들에게 저항도 해봤으나 소용없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지난 설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120일 넘게 철야농성을 하다보니 집안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가족들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 볼 수 없었다.

남씨는 “무려 4개월이나 비운 집은 낯설고 엉망진창이었지만 너무 억울하고 분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며 “지난 10여년 간의 싸움에서 이렇게 주저앉을 수 없다”며 서울에 다시 올라온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경복궁 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경복궁 역 6번 출구 앞에서 쫓겨났기 때문에 역 앞 현대빌딩 안의 공중변소나 담배 가게 앞에서 담요를 깔고 잠을 잔다.

두 사람은 “집에 가있던 13일 동안 호강한 탓인지 어깨도 결리고 다리도 편히 펼 수가 없어 몹시 불편했지만 마음은 후련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대통령의 진상규명’요구는 변함없다. 의경과 사복경찰의 24시간 감시도 그대로다.

너무 커 집시법에 위반된다(?)는 소리에 지하철 바닥에 깔렸던 가로 2m, 세로1m의 대자보만 가로 세로 60cm 가량의 작은 대자보로 변해 긴 막대기에 매달려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남씨는 “잘못 집행된 법을 은폐하기 위해 국가공권력을 휘둘러대는 사람들이 승리를 하게 될지, 아니면 목숨을 건 진실이 이길지는 ‘국민의 여론’에 달려있다”며 “앞으로 청와대 앞에서 철야농성을 하면서 겪는 일을 써, 인터넷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칸/이유선기자 psstly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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