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산업 내국인잔치 ‘발전없는 호황’

2002.05.01 18:52

1998년 42억달러 흑자였던 관광수지가 2000년 2천만달러 흑자, 지난해에는 오히려 2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카지노 등 밤문화와 놀이문화가 부족하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반면 내국인 출입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등 국민을 상대로 한 사행산업은 ‘전국토의 도박장화’라는 비난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소싸움축제로 유명한 경북 청도군은 소싸움을 상설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군내 용암온천지구에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름 45m짜리 원형 투우장의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이곳에서 주말마다 소싸움 경기를 열 계획. 경마나 경륜처럼 우승 소를 알아맞혀 배당금을 받는 ‘우권’ 발매도 준비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인천 중구 인현동 엔조이쇼핑몰 실내에 경륜 장외사업소 설치를 추진하면서 인천지역 시민단체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전국 곳곳에 일확 천금을 노리는 ‘대박 신드롬’이 거세다. 사행산업이 급팽창하면서 경마를 비롯, 카지노·경륜 등 대박이 터진다는 곳마다 사람들이 들끓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경마 장외사업소만도 26군데. 요즘은 유선방송 채널의 경마 실황중계를 보면서 방 안에서 전화로 마권을 구입할 수도 있다. 경륜도 12곳의 장외사업소를 운영한다. 고액 당첨금을 내건 복권들 역시 허황된 일확천금의 욕망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에는 당첨금이 1백억원에 달하는 거액 복권까지 등장했다. 오는 9월에는 사행성을 더욱 높인 로토 복권이 도입되며, 연말에는 강원랜드 메인 카지노가 문을 연다.

경기 하남시 미사리 조정 경기장에서는 지난달 16일부터 매주 화·수요일 모터보트 경주인 경정 시범경주가 벌어지고 있다. 오는 6월16일부터 정식 경기에 들어갈 계획. 경정의 게임방법은 경마, 경륜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구입한 경주권에 우승 예상 선수를 적어내고 적중시킬 경우 배당금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경주마다 6명의 선수가 출전해 모터보트로 순위를 다투게 된다.

‘도박공화국’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은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경쟁적으로 사행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강원랜드의 성공을 지켜본 지자체들은 저마다 카지노 산업 유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카지노 유치 계획을 발표한 지자체는 제주도를 비롯해 인천, 전남 구례와 화순 등 10여곳에 달한다.

충남도는 최근 안면도에 국제 무기상으로 유명한 사우디 부호 카쇼기의 투자자금 10억달러를 끌어들여 카지노를 건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경기도는 하남시 경정장 유치에 성공한데 이어 광명시에 경륜장을 허가받았다. 울산시는 한국마사회에 마권 장외 발매소 유치를 신청해놓고 있다.

부산시는 아시안게임 승마장을 오는 2005년부터 경마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또 사이클 경기장을 경륜장으로 활용하고 민자유치방식으로 경정장을 설치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경견(개 경주), 오토레이스(오토바이)에 관심을 보이는 지자체도 있다. 강원도 태백시는 경견과 오토레이스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중이다.

충북 제천시 역시 경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견사업이 법제화되는 대로 경견장을 짓기 위해 부지를 확보해두고 있다.

이쯤 되면 속도를 내거나 싸울 수 있는 것은 모두 도박에 동원될 것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전국을 도박장으로 만들려 한다는 시민단체의 지적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지난해 강원랜드를 찾은 외국인은 하루 평균 8명에 불과하다. 경마, 경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내국인만의 도박잔치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주로 복권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정부 각 부처는 14가지 복권을 발행하고 있다. 로토식 복권은 건교부 과기부 문광부 등 9개 부처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체육 복표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행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들이 국민들의 ‘대박’ 꿈을 부추겨 ‘쪽박’을 차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순천향대학교 관광학과 임주환 교수(한국관광개발학회장)는 “국민을 도박에 끌어들이기보다 서울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확대 등 사행산업을 외국인 관광객 대상의 외화획득 전략사업으로 집중 육성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석종·김정섭·김종목기자 s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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