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vs 기호품’- 금기에 대한 반란

2005.03.03 18:33

대마초 흡연 합법화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마초 논쟁’은 영화배우 김부선씨가 지난해 10월 대마초를 마약으로 규정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하면서 불이 붙었다. 이는 그간 당연시해온 금기에 대한 ‘반란’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격론을 불러일으켰다. 이제는 ‘유해성 여부’라는 물리적 판단에서부터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국가권력의 충돌’이라는 담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마약 vs 기호품’- 금기에 대한 반란

◇대마는 ‘기호품’=문화연대 김완 간사는 3일 “대마가 마약이라는 과학적 근거 없이 개인의 취향이나 기호를 국가가 간섭하는 것은 지나치며 사회적으로 반하는 행동이 일어났을 때에만 처벌해야 옳다”고 말했다.

문화연대는 대마가 술·담배 같은 ‘기호품’과 다를 바 없고 후유증은 더 적다고 주장한다. 대마는 ▲끊고 싶으면 얼마든지 끊을 수 있을 정도로 중독성이 약하고 ▲각종 범죄의 발단이 되는 술과 달리 사용 후 비이성적 행동 등을 유발하지 않으며 ▲데메롤 등 여타 마약성 의약품은 병원에서 합법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강원대학교 약학대학 주왕기 학장은 김부선씨 변호인을 통해 전해온 의견서에서 “중독성은 카페인 수준이며 유해성은 담배와 술보다 낮다”며 “대마로 인한 범죄는 대부분 술을 함께 마셨다가 벌어지는 것으로, 대마와 범죄간 확증적 관련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유지나 교수는 “대마초 흡연을 무조건 금지할 것이 아니라 연구와 토론 등을 통해 범죄로 바라볼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스위스 등 ‘개인의 권리’를 강조하고 있는 일부 유럽 국가에서 대마초를 허용하는 점도 대마 합법화의 주요 논거이다. 한국마약범죄학회도 지난해 12월 “대마초는 마약이 아닌 만큼 마약류관리법에서 분리해 별도 법률을 제정하라”는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한 바 있다.

◇대마는 ‘마약’=수사당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대마는 몸에 해롭고 중독성·의존성 등 마약류 특징을 갖고 있으므로 금지시켜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이경재 마약·조직범죄수사부장은 “일부에서 대마 합법화 주장을 펴지만 이는 대마의 폐해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해서”라며 “대마사범은 필로폰 등 더 해로운 마약 사범으로 옮아가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대마는 담배보다 발암물질 함유율이 높고, 뇌세포 손상을 가져와 기억력 등을 감퇴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2001년 한해동안 대마초 흡연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은 12~17세 청소년만 7,000여명에 이른다.

중독성도 강해 한번 피우기 시작하면 끊기가 어려운 특징도 나타난다. 대검에 따르면 2003년 대마 사범의 재범률은 30.4%로 필로폰 사범 재범률(37.8%)에 근접해 있다. 연세의대 남궁기 교수는 “대마초가 신체적 의존성은 약하지만 심리적 의존성은 매우 강하다”며 “대마초를 피우다가 내재돼 있던 불안장애나 공황장애 같은 질환이 발현돼 정신병 환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대마 흡연자의 2차 범죄 가능성도 국가가 대마를 금지한 주요 원인이다. 환각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고, 대마초가 필로폰 등 환각효과가 강한 다른 마약 사용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우려도 있다. 미국의 경우 고교생이 대마초를 피운 뒤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를 내는 건수가 매년 3만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됐다.

〈오창민·송형국·황인찬기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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