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은 여관? 건축물 용도신고 ‘희한하네’

2005.12.01 18:21

찜질방, 성인 콜라텍, 카드방, 수면방 등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신종 업소가 법의 테두리 밖에서 맴돌고 있다. 건축법규에 관련 규정이 없어 제 용도대로 등록할 길이 없다. 고시원이 여관으로, 펜션이 다가구주택으로 둔갑돼 신고된다. 관련 법규가 변화하는 시대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불합리한 생활법규 현장을 시리즈로 보도한다.

고시원은 여관? 건축물 용도신고 ‘희한하네’

서울 사당동에서 5년째 찜질방 영업을 하고 있는 강모씨는 최근 목욕장업에 맞는 시설기준을 갖추느라 분주하다. 강씨의 찜질방은 얼마 전까지 딱히 어느 법에 의해서도 관리되지 않는 ‘자유업종’이었다. 근린생활시설에 찜질방이란 항목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목욕장업으로 정식 분류되면서 내년 3월까지 땀 빼는 방에 불연소재로 된 안전망을 설치하는 등 목욕장업에 맞는 시설기준을 갖추도록 의무화됐다.

강원 평창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서모씨는 최근 시설을 신고하러 관청에 갔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펜션이란 항목이 없으므로 다가구주택으로 신고하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숙박시설인데 왜 주택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공무원이 지도하는 대로 신고하고 나왔다. 이는 현행 건축법령이 건축물을 단독주택 및 공동주택, 제1종 및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하고 일일이 세부용도를 지정한 근린생활시설에 이들 신종 영업시설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그러다 보니 고시원, 찜질방, 성인 콜라텍 등 신종 상가는 용도 그대로 신고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해당 시·군·구청은 기존 법규의 가장 유사한 용도를 적용하지만 ‘편법’이 될 수밖에 없다.

전국 수천개의 고시원 중 ‘고시원’으로 신고된 곳은 한 곳도 없다. 업주에 따라 원룸이나 여관, 독서실 등으로 신고하고 운영할 수밖에 없다. 성인 콜라텍은 무도학원으로 신고된다.

행정개혁시민연합은 “‘편법’ 고시원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다양한 용도의 건물이 생겨나고 있는 시대 변화를 건축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실효성 없는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교선 CNT엔지니어링 대표는 “단지 족보(용도)가 없다는 이유로 호적등재(신고)를 하지 못해 사생아(불법 건축물)가 속출하면 그 피해는 시설을 이용하는 국민에게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정홍민기자 psgu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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