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 거부, 유엔 ‘권고’ 곧 정부 자료제출

2006.12.31 18:57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지난 달 4일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징역 1년6월 형을 선고 받고 복역한 윤경수씨 등 두 사람에 대해 보상 등 효과적인 구제조치를 취할 것을 한국정부에 권고했다. 정부는 90일 이내에 취한 조치에 관한 자료를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이 여파로 양심적 병역거부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들의 개인청원이 쇄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종교·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는 2001년부터 지난 6월까지 3,654명(현역 3,346명·보충역 대상자 308명)에 이른다. 이중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는 여호와의 증인이 3,627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불교 신자는 3명이다. 나머지는 24명으로 전쟁반대, 평화주의, 가톨릭 교리 등 신념적 자유를 이유로 병역을 거부했다. 이들은 지금도 병역법상 최고 3년 징역의 처벌을 받고 전과자로 낙인 찍히고 있다. 출소 후에도 정부기관 취업이나 공직 진출이 불가능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구제수단으로는 그동안 ‘대체복무제’가 꾸준히 거론돼 왔다. 대체복무제는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군복무 대신 군복무에 해당하는 기간, 또는 그 이상을 사회복지요원 또는 사회공익요원, 재난구호요원 등으로 일하게 하는 제도이다.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2004년 하반기에 대체복무 법안을 국회에 상정했으나 현재 계류 상태다.

[세상밖 꿈꾸는 사람들] 양심적 병역 거부, 유엔  ‘권고’ 곧 정부 자료제출

국방부도 대체복무제를 연구하기 위해 민·관·군 협의체인 ‘대체복무제도 연구위원회’를 지난해 12월26일 발족했다. 위원회는 내년 6월까지 활동하면서 연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징병제도의 근간 및 국방의무의 기조가 손상되고 병역거부 풍토가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해 대체복무제를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대체복무를 허용하고 있는 국가는 독일과 대만, 스위스 등 40여개국이다. 반면 허용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과 터키, 그리스 등 50여개국이다. 2000년 5월부터 체대역이라고 부르는 대체복무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대만의 군대 복무기간은 16개월이다. 체대역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18개월을 복무하지만 종교적 이유일 경우에는 20개월을 복무해야 한다. 이들은 주로 의경이나 소방대원으로 근무하게 된다.

독일은 통일이 되기 훨씬 이전인 1956년부터 연방기본법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인정해 왔다고 ‘2006 국제병역제도회의’에 참가한 독일 병무징병국 로널드 브라운 과장이 소개했다.

러시아도 2002년 12월 대체복무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르면 징집병은 2년 복무하지만 대체복무자는 3년6개월을 민간 및 군 기관에서 근무하도록 한다. 이탈리아는 대체복무를 하더라도 현역병과 동일한 10개월을 근무한다. 스위스의 경우에는 병역거부자는 물론 병역 부적격자까지 병역의무 복무기간에 상응하는 기간 동안 소득의 3%에 해당하는 배상세를 부담토록 하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와 터키는 병역거부에 대한 사법처리의 강도가 센 편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5,000달러(한화 3백5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된다. 이집트는 병역거부자에 대해 1년 이하 징역형을 내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종교적 병역거부는 인정하면서도 비종교적 병역거부는 수용하지 않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의 최정민 공동집행위원장은 “우리 사회에 소수자들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은데 병역거부자들이 비록 극소수지만 이들을 포용하고 극단의 눈으로만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성진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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