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쌍용차 파업과 해고 노동자

2009.12.15 18:21 입력 2009.12.16 01:33 수정

“강성노조로 몰려 취업 막막”

회사측 월급·퇴직금까지 압류… 낮에는 막일, 밤에는 대리운전

이영호씨(41·사진)에게는 올해가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해였다. 17년째 다니던 평택 쌍용자동차로부터 지난 여름 정리해고 통보를 받고 쫓겨나야 했다. 부실 경영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 측의 정리해고를 막기 위한 파업의 대가였다. 조합원과 노조를 살리기 위해 77일 동안 점거 농성을 했다. 지금은 쫓겨난 동료들과 정리해고특별위원회를 꾸려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회사로 복귀하는 그 순간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공허한 메아리일 뿐 언제 끝이 날지 기약할 수 없다.

이영호씨

이영호씨

지난 여름을 뜨겁게 달군 쌍용차 파업사태는 올해 노동계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다. 점거농성이 계속되면서 민주노총과 시민단체의 지지 농성이 이어졌지만 경찰특공대 투입으로 막을 내렸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회사가 우리를 속인 겁니다. 그것도 철저히….”

이 위원장은 지난 8월6일 3일간의 밤샘 협상을 통해 합의했던 고소 취하와 해고자 복직 등을 회사가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래놓고도 오히려 회사의 탄압만 더 심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쌍용차는 파업 이후 노조와 노조원들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금액만도 200억원이 넘는다. 보험회사를 통해 구상권을 청구하는 바람에 월급은 물론 퇴직금까지 압류당한 사람도 허다하다.

그는 “경찰의 편파 수사가 더 큰 문제”라고 했다. 지금까지 200명이 넘는 사람이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하루 5~10시간씩 조사를 받았다. 구속자도 87명에 달한다. 아직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편파 수사는 여전하다. 그는 “‘죄를 인정하면 혐의 없음으로 처리해주겠다. 하지만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시키겠다’는 경찰의 회유와 협박에 못 이겨 자살을 기도한 사람도 2명이나 된다”고 전했다.

집단해고 이후 해고자의 생계는 말이 아니다. 해고자 대부분이 낮에는 막일을,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번 돈은 한 달 평균 60만~80만원. 안 쓰고, 안 먹고, 안 입는다 해도 늘 쪼들릴 수밖에 없다. 가족과 함께 흔한 삼겹살 파티를 한 지가 언젠지 모른다. 재취업은 엄두도 못 낸다. 기업체마다 강성 노조로 낙인찍힌 쌍용차 해고자의 고용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한 노조원은 수십군데에 이력서를 냈으나 한 군데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며 “상당수 동료들이 새벽 인력시장으로 나가거나 실업수당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 사태로 평택시가 고용촉진지구로 지정됐지만 정작 당사자인 해고자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거의 없다. 정부 지원금 570억원 대부분이 쌍용차 해고자가 아닌 지역 기업체들의 몫이 됐다.

쌍용차는 17일로 예정된 법원의 회생안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해고자들은 평생을 몸담았던 직장에서 쫓겨난 것도 모자라 전과자 신세까지 된 마당에 무슨 미련이 있겠냐며 냉소적 반응들이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이 위원장. “농성이 한창이던 지난 7월20일 동료 해고자 부인이 집에서 목을 매 자살한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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