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옮기던 구급차 길 한복판서 고장

2010.02.01 11:18
연합

응급환자를 태우고 이동 중이던 구급차량이 도로 한복판에서 고장이 나 20분 정도 멈춰 서 결국 환자가 숨지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1일 김모(35.여)씨 유가족과 M병원 등에 따르면 시험관 시술로 쌍둥이를 임신한 김씨는 지난달 1월21일 정기검진을 받으며 갑자기 혈소판 수치가 낮아져 입원했다.

김씨는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22일 오전 8시50분 두 딸을 출산하고 회복실로 이동했다.

그러나 갑자기 산소포화도가 83%(정상은 95% 이상)로 떨어지면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주치의는 김씨를 일산의 대형 병원으로 이송키로 결정, 김씨를 태운 구급차가 오후 1시25분께 M병원을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 구급차 안에 있는 산소 호흡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새 호흡장치로 교체하기 위해 약 10∼15분 정도 출발이 지연되기도 했다고 유족 측은 주장했다.

그러나 병원 구급차가 이동 중 갑자기 고장이 났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김씨와 남편 계모(38)씨, 주치의 등 6명을 태운 차량이 오후 1시25분∼30분 병원 부근 도로 한복판에서 멈춰버린 것이다.

계씨에 따르면 차량 시동이 꺼지면서 차량 내 의료장치 역시 동작과 멈춤을 반복했다.

계씨는 "주치의가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김씨의 입을 열었을 때 입에서 거품이 많이 나왔고, 주치의가 손으로 심폐소생술을 했다"며 "아내의 얼굴색이 변하고 손의 온도가 차가워진 것으로 미뤄 이때 심장이 멈춘 것으로 보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치의는 급하게 119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요청했다. 당시 119 상황 기록에는 오후 1시42분에 전화를 받고 출동한 것으로 돼 있다.

이들은 119차량에 옮겨타고 약 15분 뒤인 오후 2시∼2시10분 인근 이화여대 목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이대 목동병원에서는 약 2시간 동안 기계를 이용해 김씨에게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오후 4시5분 공식적으로 사망 판정을 내렸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최근 김씨 변사사건을 접수해 수사에 들어가는 한편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과수에 김씨 사체의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김씨 부부는 2003년 7월 결혼한 이후 시험관 시술을 하는 등 아이를 임신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마침내 지난해 4월 쌍둥이를 임신했다.

현재 아이들은 인큐베이터 안에 있으나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씨는 "구급차가 환자 이송 중에 고장이 난다는 것이 말이 되나"라며 "그런데도 병원 측에서는 해당 사고가 모두 천재지변이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도저히 집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 현재 처가에서 생활하고 있다. 정말 억울하고 아내 얼굴이 아른거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M병원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이고 사인을 규명해야 하기 때문에 기다려봐야 한다"며 "당시 구급차가 멈춘 것은 사실이지만 1월 중순 정비를 받았다. 우리도 (왜 차량이 멈췄는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곧바로 응급차량이 왔다"며 "현재 유가족 측과 합의를 시도중"이라고 덧붙였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