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의원 규탄집회로 김포공항 ‘시끌벅적’

2011.08.01 16:53 입력 2011.08.01 17:30 수정

일본 의원들의 입국을 막기 위한 시민들의 격렬한 항의집회가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이어졌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고추가루와 계란 등을 던지며 거칠게 시위를 벌여 경찰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독도지킴이범국민연합운동본부,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해병대전우회, 라이트코리아 등 보수단체 회원 600여명(경찰 추산)은 1일 오전 10시부터 김포공항 주차장과 입국장에서 격렬한 항의집회를 열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머리에 ‘독도는 우리땅’, ‘독도 수호’ 등이 띠를 두르고 ‘신도 요시타카 의원은 사죄하라’, ‘일본은 각성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일본 의원들의 입국을 막아섰다. 집회장소에선 ‘독도는 우리땅’이 울려퍼졌다. 입국을 시도한 신도 요시타카 중의원, 이나다 도모미 중의원, 사토 마사히사 참의원의 입을 검은 테이프로 막은 얼굴 사진도 보였다. 대부분의 집회참가자들은 50대 이상이었고 간혹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단체인 독도아카데미회원 40여명도 눈에 띄었다.

특수임무전우회는 이날 성명에서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이토 히로부미의 망령을 되살려 더러운 이빨을 드러내고 검은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망동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영토인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자는 명백한 침략행위이다”라고 밝혔다.

일본 자민당의원 3인의 입국을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1일 김포공항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영민 기자

일본 자민당의원 3인의 입국을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1일 김포공항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영민 기자

특수임무유공자회는 이후 입국장으로 이동해 나무관 3개를 들고 왔다. 관에는 얼굴 위에 ‘침략자’라고 써진 일본 의원 3명의 사진이 붙어있었고 ‘어서 오너라 침략자여 황천으로 보내주마’라는 글이 써 있었다. 이 단체회원인 박명호씨(56)는 “독도를 지킬 사람이 없다면 특수임무유공자회가 하겠다. 우리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강력히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빨간 모자와 군복을 입은 해병대전우회도 다수 참여했다.

일본 의원들이 탄 비행기가 도착한 11시쯤부터 활빈당, 나라사랑 시민연대 회원 4명은 입국장앞을 지키는 경찰을 뚫고 들어가려고 시도했다. 이들은 고추가루를 경찰들을 향해 뿌리기도 하고 계란과 카레가 섞인 봉지를 바닥에 던져 일순간 입국장 앞은 난장판이 됐다.

이들은 일본국기를 잡아당겨 찢으며 “이것은 일본이 반토막나는 것이다. 일본이 독도를 주장하면 땅이 화를 내 지진을 내고 하늘이 화를 내 쓰나미가 날 것이다. 독도는 대한민국땅이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언론의 시선을 다 끌자 라이트코리아에선 “활빈당 이제 그만해”라며 못마땅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과격한 시위에 일본 관광객들은 영문을 모른채 주변에 서서 시위를 지켜봤고 일부는 두려움을 표했다. 일본 관광객들은 독도를 둘러싼 영토분쟁 자체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도쿄에서 온 아쯔시(31)는 “다케시마 분쟁과 관련해서 잘 모른다. 불필요한 분쟁이라고 본다. 다케시마가 일본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효고현에서 1박2일 일정으로 방문한 이자와 안미(23)와 애가와 마키(23)는 “일본 의원 방문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다케시마는 들어봤지만 자세히는 모른다”고 답했다. 이들은 시위대를 보며 “불안하고 무섭다. 경찰이 우리를 보호해 주는 거냐”고 물었다.

감정적인 대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지영씨(41)는 “이번 시위는 국가의 품격을 땅에 떨어뜨린 행위이고 일본이 노리는 게 바로 이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고기를 물고 있는 상태에서 공연히 짖다가 고기를 떨어트릴 수 있다”며 “실효지배를 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대응을 했다”고 밝혔다.

태권도복을 입고 스모선수와 싸우는 퍼포먼스를 펼친 독도아카데미 회원 유수연씨(22·중앙대2)는 “충돌보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독도문제를 다루려 했다”며 “일부 참가자들이 칼을 들고 덤비고 고추가루를 막 뿌리던데 풍자적 퍼포먼스가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어 통역사인 정찬희씨(33)는 “일본에서 떠드는 것은 상관없지만 우리나라에 와서까지 자기 주장을 펼치는 것은 외교적 결례다”라면서 “단순히 ‘꺼지라’고 외치기 보다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우리 입장을 조목조목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인 친구에게 받은 교복을 입고 일본어 성명서를 만들어 일본 관광객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오후 3시 현재 특수임무전우회 회원 10여명은 “광견병이 도졌구나, 광견병에는 몽둥이가 약이다. 광견병도 오래되면 유전된다”등의 문구가 써진 플래카드를 입국장 앞에 펼치고 연좌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입국한 신도 요시타카 등 일본 의원 3명은 강제출국사유에 대한 설명을 외교부에서 들을 때까지 나갈 수 없다며 김포공항 VIP실에서 대기중이다. 이들은 점심으로 비빔밥을 먹었고 오후 8시 10분 일본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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