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기름값… 천태만상 풍경

2012.03.01 21:46

자동차 나눠타고, 주유는 가득

택시기사 “장거리 손님 싫어요”

서울과 경기지역을 오가며 일하는 전자제품 수리기사 윤수영씨(42)는 최근 경기 안양시에 있는 단골 셀프주유소에 들렀다 깜짝 놀랐다. ℓ당 1999원이라는 가격이 찍혀 있었다. 인근 주유소들은 이미 대부분 2100~2300원을 받고 있었다.

윤씨는 “셀프주유소마저 2000원이어서 충격적”이라며 “단골손님들에게는 출장비를 받지 않고 서비스해 드렸는데 이를 그만둬야 할 거 같다. 고객들이 서운해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휘발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면서 운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휘발유값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주유소 검색을 생활화하고 셀프주유소를 주로 이용하는 습관은 운전자들 사이에 이미 일상화됐다. 택시기사 등 영업용으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윤씨처럼 영업전략을 바꾸기도 한다.

직장인 송은정씨(27)는 출퇴근은 무조건 지하철이다. 자동차는 출장갈 때 등 일주일에 3~4번만 사용한다. 주유소에 들르기 전 가격비교사이트에 접속해 가장 저렴한 주유소를 확인하고 할인카드를 챙겨가는 것은 기본이다.

최근에는 한 번 주유할 때 가득 채우는 습관이 생겼다. 송씨는 “연비를 생각하면 한 눈금 남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기름값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서 한 번에 많이 넣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는 안드로이드 마켓과 아이튠즈에는 석유공사가 운영하는 공식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www.opinet.co.kr) 외에도 주유소 정보 앱이 수십개 올라와 있다.

회사원 조모씨(30)는 그중에서도 가짜 휘발유를 판매하다 적발된 주유소를 보여주는 ‘불법주유소’라는 앱을 다운받았다. 조씨는 어딜 가나 휘발유 가격이 비싸, 차라리 믿을 수 있는 곳에서 주유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거리 택시 이용도 어려워지고 있다. 20년째 서울에서 영업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박종승씨(52)는 최근 경기도로 가자는 손님이 달갑지만은 않다고 고백했다.

그는 “보통은 장거리 운행이 이득이 되지만 LPG 값이 폭등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경기도에 손님을 내려주면 빈 차로 서울로 와야 하기 때문에 값비싼 연료를 길바닥에 버리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같이 기름값이 비쌀 때는 서울 쪽에서만 운행하는 게 더 낫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수도권의 신도시에 살면서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박모씨(27)는 퇴근이 늦어질 때 집까지 가는데 택시를 두 번 바꿔 타고 가는 일이 잦아졌다고 불평했다.

반면 임신 7개월차 주부 서모씨(31)는 “남편과 둘이 외출할 때는 가까운 거리면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오히려 택시를 탄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자동차 관리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카셰어링도 생각하고 있다. 카셰어링 전문업체 (주)나누리 신영철 대표(50)는 “하루 10여통씩 문의전화가 오는데 대부분 실제 이용문의 전화”라며 “학생·주부들뿐 아니라 은퇴한 남성 고객도 대폭 늘었다”고 귀띔했다.

한편 오피넷은 이날 보통휘발유의 전국 평균 가격은 2008.16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휘발유 가격은 올 들어 1월2·4일 이틀을 빼고 하루도 빠짐없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LPG 가격도 2개월 연속 올랐다. LPG 수입·판매사인 E1은 이날 3월 가정용 프로판가스와 자동차용 부탄가스의 충전소 공급 가격을 전달에 비해 각각 ㎏당 83원과 75원 오른 1419.4원과 1805.0원으로 고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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