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기 교수 강의 녹취록 보니...“식민지배기 덕에 60년대 경제성장 가능”

2015.09.22 16:14 입력 2015.09.22 22:36 수정

“그 시대 모두가 친일파였다” “위안부는 돈을 벌기 위해 일본에 남은 것”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고려대 정안기 연구교수(관련기사|9.19일자)가 수업 당시, 이 외에도 “일본은 수차례 사과를 했지만 한국이 인정하지 않은 것” “당시 1905년 밀약을 통해 국제사회가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라는 것을 인정했으므로 책임을 요구할 수 없다”는 등의 발언을 추가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오후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에 붙은 ‘정안기 교수 규탄 대자보’를 읽고 있는 학생들

22일 오후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에 붙은 ‘정안기 교수 규탄 대자보’를 읽고 있는 학생들

22일 경향신문이 익명의 고려대학생으로부터 입수한 지난 15일 <동아시아 경제사> 강의 녹취록 전문 내용에 따르면 정 교수는 수업시간에 친일, 위안부 관련 문제 발언 외에도 수업 전반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들을 다수 반복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녹취록 내용에 따르면 정 교수는 지난 15일 수업에서 서울대 이영훈 교수의 칼럼을 나눠준 후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제국주의의 시대였다. 누가 먼저 식민지화 시키는가가 바로 당시의 ‘만국 공법’이었다”며 “만약 일본이 여기(한국)를 식민지화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당시 한국의 상황을 등 볼 때 절대 스스로 국가를 지켜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70년이 지나버린 과거의 문제가 오늘의 동아시아 관계의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 역사 해석의 문제는 학자들에게 맡겨두면 되고 그것이 외교정치에 문제가 돼선 안된다”며 “역대 많은 일본 총리들이 사과를 했지만 한국 사회가 (계속) 인정하지 않으므로 일본사회도 화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의 발언에 대해 당시 수업을 듣던 한 학생은 “독일은 주변국가들에게 사과를 굉장히 오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독일의 사례를 참고한다면 일본도 좀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독일은 (지배기간이) 짧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3~40년을 넘는 강점기를 거쳐, 누구(책임자)를 지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또한 1905년 밀약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당시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라는 것을 모두 인정한 상태라 책임을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당시 강의의 말미에서 정 교수는 “식민 시기는 어떤 맥락에서 보면 근대문물을 적극적으로 흡수, 체화할 수 있는 하나의 사회적 능력의 배양기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다”며 “그런(식민지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야말로 60년대 한국 경제가 비약적 성장이 가능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안기 교수 강의 녹취록 보니...“식민지배기 덕에 60년대 경제성장 가능”

이에 고려대 총학생회, 정경대 학생회, 각 단과대 학생회 등은 22일 오후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서 정 교수의 발언을 규탄하고 해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려대 학생들은 정 교수의 공개사과와 해임을 주장하며, 만약 학교가 즉각적인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수업 거부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평화나비 강민수 대표(22)는 “위안소 피해 할머니들에게 있어 그곳 생활은 ‘지옥’이었다”며 “만약 교수님 말대로 그곳 생활이 ‘살만 했다’면 아흔이 넘은 할머니들이 24년간 위안부 문제 해결 위해 애쓸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박희성 학생회장(20)은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실이 아닌, 후세대에게서 빌려받은 것이며 자랑스럽게 후세대에 물려줘야하는 것”이라며 “식민지배로 인해 국민들이 당했던 피해, 일제강점기를 왜곡해선 안된다”고 했다.

이날 고려대 측은 “해당 학과 차원에서 교수 등으로 구성된 대책위를 꾸려 사안 해결을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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