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인천 십정동 부부살해 사건

2016.06.21 20:51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006년 11월16일 오전 7시. 인천 부평구 십정동 김모씨(당시 56세)가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 2층 거실에서 아내 임모씨(53)와 함께 흉기에 찔려 숨져 있는 것을 1층에 사는 세입자(49)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흉기로 8곳, 아내 임씨는 무려 37곳이나 찔려 잔혹하게 살해됐다. 시신 옆에는 피가 묻은 1회용 우비가 놓여 있었다. 또한 외국제품으로 추정되는 신발자국도 남아 있었다.

방안 서랍은 열린 채 뒤진 흔적이 있었지만 돈이 될 만한 패물과 현금은 그대로 있었다. 부엌 천장에 있던 1억원의 적금 통장만 사라졌다.

숨진 김씨 부부를 처음 발견한 세입자는 경찰에서 “새벽에 2층에서 전화벨 소리와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려 아침에 올라가 보니 김씨 부부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숨진 김씨는 건축업을 했고, 임씨는 평범한 가정 주부였다. 김씨 부부는 특별한 빚도 없었고, 이웃과의 사이도 원만했다. 김씨 부부 살해범은 현관문을 훼손하지도 않았고, 담을 넘은 흔적도 없었다.

경찰은 돈을 가져가지도 않았고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간 흔적도 없어 면식범에 의해 김씨 부부가 살해됐을 것으로 보고 김씨 주변 인물 등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인천지역 미제사건을 수사중인 인천지방경찰청.

인천지역 미제사건을 수사중인 인천지방경찰청.

■ 피 묻은 우비만 남겨둔 이유는

숨진 김씨 부부 소유인 주택 1층에 사는 또 다른 세입자(55·여)는 10년 전 사건을 아직도 뚜렷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 세입자는 “범행 현장에는 흉기는 없었지만 피 묻은 우비가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김씨 가족들도 용의선상에 올려 놓고 수사를 했다“고 말했다. 이 세입자는 “경찰은 범인이 김씨의 아내를 수십 차례 찌르고, 김씨 부부가 반항하지 않은 것은 면식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원한 관계가 아니면 그 정도로 무참히 찌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김씨 부부 살해범은 범행 당일 비나 눈도 내리지 않았는데 1회용 우비를 입고 살인을 저지르고, 피 묻은 우비를 보란 듯 살해 현장에 그대로 놔 두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범인이 애초부터 옷에 피가 튀지 않도록 우비를 입는 등 계획적인 살인으로 보고 있다.

김씨 부부 살해범은 금품을 가져가지 않았다. 단순히 물건을 훔치기 위해 침입했더라면 패물이나 현금을 갖고 갔어야 하는데 사라진 것은 통장뿐이었다.

발자국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머리카락이나 지문과 같은 흔적은 전혀 남기지 않는 치밀함을 보이면서도 우비나 발자국 같은 증거는 없애지 않았다.

■ 패물과 현금 대신 적금통장만 사라져

경찰은 김씨 부부가 살해된 뒤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형사 60여명을 투입해 단순 강도와 원한 관계 등 두 갈래로 수사를 벌였다. 김씨의 집은 부평구 십정동에서도 골목길을 한참 따라 올라가 다세대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이다. 이곳은 인천에서도 낙후된 곳으로 부자 동네가 아니다. 숨진 김씨는 1층 절반은 건축 설비업체에게, 나머지 절반은 방앗간에 세를 줬다. 1층 두 세입자들은 남매지간이다.

김씨 부부는 2층에서 둘이 살았다. 의대를 다녔던 첫째와 지방에서 수의대를 다녔던 둘째 아들은 함께 집에서 생활하지 않았다. 김씨 부부는 돈을 벌어 두 아들 뒷바라지를 했다.

금품을 노린 강도라면 각종 패물과 현금 등을 갖고 도주했어야 하는데 사용하지도 못할 적금 통장만 가져갔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발생 이후 김씨 부부의 모든 계좌와 가입한 보험 등에 대해서 조사했지만 돈을 빼간 흔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원한 관계에도 무게를 뒀다. 없어진 것은 통장과 함께 김씨의 사업장부도 있었다. 수사 초기 경찰은 가족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였지만 모두 알리바이가 입증되면서 혐의를 벗었다.

이어 김씨와 사업관계에 있던 사람 등 주변인들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특히 37차례 찔린 임씨 주변인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지만 특별한 원한 관계나 채무관계는 드러나지 않았다. 1층 세입자는 “생활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김씨는 이웃들과 잘 어울렸고 법 없이도 살 착한 사람이었다. 임씨는 생활력이 매우 강했다”고 말했다.

■ “증거 다시 수집중”

김씨 부부가 살해된 지 10년이 흘렀지만 이 집은 팔리지 않고 그대로 있다. 1층 세입자는 “2층 주인집은 10년째 비어 있지만 둘째 아들이 매주 한 번씩 들른다”고 말했다. 이 세입자는 또 “3∼4억 원 하는 이 집은 두 아들이 공동명의로 돼 있으며, 거실과 부엌만 사용할 뿐 부모 유품이 있는 안방은 그대로 놔 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 이후 1년여 동안 수사를 벌였지만 유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고, 용의자로 의심받았던 인물들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드러나지 않아 수사를 종결했다. 경찰이 김씨 부부 사건으로 조사한 인원만 1500여명이다.

먼지가 쌓인 채 잊혀졌던 십정동 부부 살해사건은 다시 인천지역 12개 미제사건으로 분류돼 지난 1월부터 인천지방경찰청 미제사건팀에서 재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당시에 조사하지 못했던 채무나 원한 관계 등에 대해 원점에서 샅샅히 뒤져 보고 있다.

이덕복 미제사건팀장은 “십정동 부부 살해사건은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도 없고, 훔쳐간 통장도 인출하지 않는 등 미스터리한 사건”이라며 “당시 수사기록 검토와 용의선상에 올랐던 인물 등에 대해 다시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십정동 부부 살인 사건 제보는 인천지방경찰청 강력계 미제사건 팀(032-455-2854·2855)으로 하면 된다. 다음 미제사건은 목포 여대생 피살 사건입니다.

[미제사건, 시그널을 찾아라](34)전남 광양 중마동 주차장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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