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가치 인정한 케이블카 부결…양양군도 지속가능 발전 기회 온 것”

2016.12.29 21:38 입력 2016.12.30 10:24 수정

20여년 설악산 지킴이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가 29일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가 29일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설악산도 지키고 설악권 주민들도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설악산의 가치를 인정받고 아름다운 모습을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이 더없이 기쁩니다.”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녹색 치마를 벗고, 원형 팻말도 지니지 않은 녹색연합 박그림 공동대표(68)는 세상 누구보다도 홀가분하고 편안한 표정으로 20여년 동안 이어온 케이블카 반대운동의 소회를 말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문화재 현상변경 심의에서 만장일치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부결시킨 다음날인 29일 서울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설악산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것이 기쁘고, 한국 사회가 산양을 비롯한 야생동물들과 더불어 살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점도 반갑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블카 사업이 부결되면서 양양군과 오색마을은 오히려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기회를 잡은 것”이라며 “생태관광 활성화 등을 통해 설악산도 살리고 주민들도 살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처음 설악산 보전운동을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부터 1년에 많게는 6개월씩을 설악산에서 지내면서 산양을 관찰하고, 멸종위기 동물의 가치를 한국 사회에 알려왔다. 박 대표는 2011년 양양군의 사업 추진이 본격화된 뒤에는 매일, 어디를 가든 케이블카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약속 장소에 보통 1시간 일찍 가서 1인 시위를 했다”며 “이제는 1인 시위를 안 하면 뭔가 할 일을 빼먹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반사판에 ‘케이블카 반대’ 구호를 써넣은 원형 팻말은 어딜 가나 가져가는 친구이자 동반자 같은 존재였다.

박 대표는 “운동이라고, 투쟁이라고 생각했으면 지치지 않고 활동을 계속할 수 없었을 것 같다”며 “어머니 (같은) 설악산을 지키는 것이 내 삶 자체라고 생각했기에 그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아내를 포함한 가족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지지해준 것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케이블카 사업을 앞장서서 추진하는 등 개발세력에 동조한 환경부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국립공원을 자본의 폭력 앞에 개발하도록 내주는 것은 환경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환경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시범사업이니까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이상한 논리였다”고 말했다. 이어 “시범사업은 뭐가 나쁜지 보기 위해서 하는 건데 이미 설악산에서는 권금성 케이블카를 통해 문제점이 무엇인지 낱낱이 지켜본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운동이 마무리되면서 박 대표의 목표는 ‘국립공원다운 국립공원 만들기’로 바뀌었다. 박 대표는 “이곳만은 지키자고 외쳐왔던 설악산을 정말로 지켜냈으니 이제는 국립공원다운 국립공원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녹색연합 내의 ‘설악산 케이블카 전담팀’을 ‘국립공원 전담팀’으로 개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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