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과제 시행하면서 비용은 지방에 떠넘겨”

2017.04.02 22:13 입력 2017.04.03 07:46 수정

중앙 의존도 높이는 재정 문제

윤장현 광주시장과 직원들이 지난해 10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역 국회의원들과 만나 ‘국비 확보’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윤장현 광주시장과 직원들이 지난해 10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역 국회의원들과 만나 ‘국비 확보’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지방 자치단체장들은 해마다 ‘총력전’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국비 확보 전쟁에 나선다.

경향신문이 전국의 3선 기초자치단체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1명 중 12명은 현안 사업 추진과 국비 확보를 위해 1년 중 한 달 이상 국회나 중앙부처를 방문한다고 답했다. 이런 국비 확보 전쟁의 이면에는 중앙정부의 재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지방재정의 현실이 녹아 있다.

■ 재정자립도의 ‘착시’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는 오히려 크게 낮아졌다. 1997년 당초 예산을 기준으로 한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63.0%였지만, 2007년 53.6%에 이어 지난해 52.5%까지 떨어졌다. 재정자주도 역시 2001년 84.4%에서 2007년 79.5%, 지난해 74.2%로 낮아졌다. 자립도와 자주도의 하락은 그만큼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벌어들이는 세입 비중과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들고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열악한 지방재정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전체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서울시처럼 예산 규모가 크고 자립도가 높은 자치단체가 포함되면 일종의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각각의 자치단체 재정자립도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지난해 평균치는 27.7%다. 실제 지난해 전국 243개 광역·기초단체 중 자립도가 50%를 넘는 곳은 23곳에 불과하고 155곳이 30% 미만에 머물렀다.

재정자주도 역시 지난해 전국 자치단체의 산술 평균값은 58.9%였다. 이 역시 모두 자치단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은 아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 지난해 자치단체의 세출을 기준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자체 사업비 비중은 전체 예산의 25.3%다. 협의회는 여기서 교육비특별회계 전출금, 버스·택시보조금 등 법적 의무 경비를 제외하면 실제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은 전체 예산의 10% 안팎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 “배달부에게 물건 값 내라는 격”

지방자치단체는 자체 수입과 지방교부금 등 자주재원을 제외한 대부분은 국고보조금을 통해 해결한다. 국고보조금은 중앙정부가 목적을 정해주는 예산이기 때문에 자율성이 없고, 일정 비율의 지방비를 부담해야 한다. 국고보조금이 늘어날수록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와 자치단체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국고보조금의 상당수는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을 자치단체가 수행하도록 하면서 비용까지 일부 부담하게 하는 성격을 갖는다. 기초연금제도 도입 같은 복지정책이 대표적이다. 복지 수요 등이 증가하면서 국고보조사업 규모는 2006년 26조1525억원에서 지난해 67조13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중 지방비 부담액은 2006년 7조3885억원에서 지난해 24조2730억원으로 증가했고, 부담 비율도 30%에서 36.2%로 늘어났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는 지난 2월 지방분권개헌 국회 토론회에서 “국가적 과제를 도입하면서 지방정부에 비용을 전가시켜 지방재정이 취약해지고 있다”며 “중앙정부가 사무를 수행하는 손발에 불과한 지방의 비용으로 선심을 쓰고, 배달부에게 물건 값도 내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중앙정부가 일만 떠넘기고 돈은 주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 “2할 자치 구조 바꿔야”

지방자치단체는 열악한 지방재정을 확충하기 위한 우선 과제로 지방교부세율 인상을 요구한다. 지방교부세율은 2006년 내국세의 19.13%에서 19.24%로 인상된 이후 10년 넘게 제자리다. 국회 지방재정·분권특별위원회는 지난해 “복지지출이 급격히 확대되는데 지방교부세 법정률은 변동이 없어 지자체의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며 지방교부세율을 21%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는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처리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는 ‘2할 자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8 대 2의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나타내는 2할 자치는 지방분권의 현주소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정부 통계로 지난해 지방세 비율은 24.6%다. 반면 국가 전체 조세수입의 62%는 지방정부가 사용하고 있다. 이에 맞춰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최대 6 대 4까지 조정해 재정분권 수준과 자치단체의 예산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헌 논의와 맞물려 헌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과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헌법은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자치단체가 형편에 맞게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 이를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과 조례로 정한다”고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홍환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분권의 본질은 자치단체가 지방세로 살림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방정부가 국가 이전 재원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지방자치의 수준과 책임성도 높아질 수 없다”고 말했다.

[대선 3대 의제-③지방분권]“국가적 과제 시행하면서 비용은 지방에 떠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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