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지자체장 31명 중 28명 “중앙집권 탓에 업무 한계”

2017.04.02 22:11 입력 2017.04.03 09:31 수정
강현석·경태영·권기정 기자

지방분권의 현주소

[대선 3대 의제-③지방분권]3선 지자체장 31명 중 28명 “중앙집권 탓에 업무 한계”

“가난한데 식구들에게 들어갈 돈은 많고, 기댈 곳이 재산을 움켜쥔 형님밖에 없어 찾아갔더니 문전박대 당하는 처지라고나 할까요.”

2006년 7월 취임해 11년째 재임 중인 호남의 한 기초단체장의 푸념이다. 그는 “주민들에 의해 뽑혔을 뿐 재정과 조직 등 실질적인 권한은 중앙정부의 통제에 놓여 있다. 정부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해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이 전국 3선 기초자치단체장 3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지방분권의 현주소가 그대로 드러났다. 선거를 통해 3번 연임에 성공한 ‘행정의 달인’들이었지만 28명은 ‘중앙집권적 구조로 인해 단체장직 수행에 한계를 느꼈다’고 토로했다. 역점으로 추진한 정책이 중앙정부의 반대 등으로 무산된 경험을 가진 단체장도 24명이나 됐다. 단체장들은 ‘부족한 재정’(15명)과 ‘정부의 지나친 통제’(13명)가 지방분권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 지역·당적 떠나 최악은 ‘박근혜 정부

역대 3개의 정부를 경험한 3선 단체장들 중 22명은 노무현 정부를 지방분권에 가장 적극적인 정부로 꼽았다. 참여정부가 가장 소극적이었다는 응답은 2명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는 지방분권을 가장 외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역시 22명이 선택했다. 박근혜와 이명박 정부를 가장 적극적인 정부였다고 생각하는 단체장은 각각 1명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지방분권에 소홀했다는 결과는 또 있다. 박근혜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에 대해 13명의 단체장이 ‘전 정부에 비해 퇴보했다’고 응답했다. ‘진전했다’는 응답은 1명에 불과했고 17명은 역대 정권들이 큰 차이가 없었다고 답했다.

박근혜 정부 지방분권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지역과 소속 정당을 떠나 비슷했다. 영남권 단체장 14명 중 해당 질문에 9명만 응답했는데 6명이 박근혜 정부를 최악의 정부로 선택했다.

노무현 정부에 가장 높은 평가를 한 단체장은 7명이나 됐다. 자유한국당 소속 단체장 21명 중 12명도 박근혜 정부를 최악의 지방분권 정부로 꼽았다. 21명 중 5명은 응답하지 않았고 2명은 ‘모두 같다’는 의견을 냈다. 임병헌 대구 남구청장은 “노무현 정부는 지방분권을 기초로 분권형 선진국가를 추진했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지방분권 소외현상이 생겼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신규 과제를 다수 포함해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서 지방분권을 주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 역대 최고 정책은 ‘혁신도시 조성’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지방분권 정책은 정부 기관과 공공기관,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킨 정책이었다. ‘역대 정부가 추진한 가장 훌륭한 지방분권 정책’을 묻는 질문에 14명이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혁신도시 조성’이라고 답했다.

단체장들이 꼽은 우수 지방분권 정책은 대부분 참여정부에서 추진된 정책이다. 혁신도시를 비롯해, 세종특별자치시를 만들어 정부 부처를 지역으로 이전시킨 것에 높은 점수를 줬다. 주민자치 활성화를 비롯해 노무현 정부 정책을 선택한 단체장은 해당 문항에 응답한 19명 중 15명이나 됐다.

이외에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2명), 수도권 규제(1명), 폐광지역특별법(1명) 등을 꼽은 단체장도 있다. 해당 문항에 응답하지 않은 단체장이 6명, ‘없다’는 단체장이 6명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단체장이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해식 서울 강동구청장은 “참여정부가 추진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인 혁신도시 등은 수도권 집중으로 낙후된 지역을 활성화시키고 지방분권을 위한 초석으로 큰 성과였다”고 평가했다. 이종철 부산 남구청장도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공기업의 지방이전과 세종시, 혁신도시 건설은 각 지방에 주요 국가기관을 분리배치한 정책으로 지방재정이나 일자리 창출,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돼 지방분권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밝혔다.

■ ‘정당공천제’ 1명 빼고 모두 “문제”

정당공천제에 대해서도 상당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문동신 전북 군산시장은 “국회의원은 민의를 대변해 국정에 참여하고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의 살림을 책임지면 되는데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갖게 되면서 결국 단체장이 국회의원에 예속됐다”면서 “공천에서 자유로운 선거직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기초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선거에 대한 ‘정당공천제’에 대해 응답한 28명 중 1명을 제외한 27명이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이들은 정당공천제가 지방을 중앙정치에 예속시켜 결국 지방분권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했다.

조병돈 경기 이천시장은 “지역별로 지지도가 높은 당의 공천을 받으면 능력이 부족해도 당선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주민들보다 공천에 영향력 있는 국회의원을 맹종하게 된다”면서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관계도 당리당략에 의해 좌우되면서 협의에 의한 시정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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