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정·인사로 통제…지난 22년은 ‘신중앙집권화’ 과정”

2017.04.02 22:11 입력 2017.04.03 07:47 수정

‘5선 지자체장’ 이시종 충북지사

기초자치단체 12년에 이어 광역자치단체를 7년째 이끌고 있는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2일 한국의 지방분권 현주소에 대해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12년에 이어 광역자치단체를 7년째 이끌고 있는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2일 한국의 지방분권 현주소에 대해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주민들의 손으로 지역 단체장을 뽑았지만 따지고 보면 지자체를 이끄는 것은 중앙정부입니다. 한국 지방자치의 지난 22년은 정부의 권한이 더욱 견고해지는 ‘신중앙집권화’의 과정이었습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70)는 2일 “지방분권은 모든 지역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대한민국의 희망인데도 권한을 내려놓지 않는 정부로 인해 퇴보하고 있다”고 했다. 이 지사는 한국 지방자치의 산증인이다. 그는 1994년 정부의 지방자치기획단장을 맡아 지방자치의 밑그림을 그렸다. 1995년 처음으로 실시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충주시장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했다. 17~18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2010년 충북도지사에 출마해 당선된 그는 현재 재선 도지사다.

이 지사는 “지방자치가 처음 출범할 때 정부는 ‘많은 권한을 내려 놓고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했었다”면서 “하지만 주민들이 직접 단체장을 뽑도록 하는 외형적인 틀을 마련하는 데에만 치중했을 뿐 재정·인사 등 지방분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쥐고 있던 재정과 인사권 등을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 없이 선출된 단체장들은 곧 중앙정부의 통제 아래 놓였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셈이다.

이 지사는 “누리과정 등 지방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에도 정부는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를 하고, 주민을 위한 사업을 하려 해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면서 “대규모 사업은 공모로 진행해 지방정부 간 경쟁을 붙여 결국 정부 입맛에 맞게 통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정, 인사, 감사 등 여러 수단으로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손과 발을 묶고 있다”면서 “단체장을 주민들이 직접 뽑았다는 것만 빼면 행정의 실질적인 내용은 과거보다 정부의 지시와 통제가 더 심해졌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등 ‘일을 참 잘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대표적 예로 행정정보공개제도를 꼽았다. 1991년 청주시의회에서는 행정정보공개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집행부인 청주시와의 소송 끝에 마련했다. 당시 관선 청주시장은 조례 제정이 부당하다며 두 차례나 재의를 요구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청주시의회의 사례에서 보듯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고 있으며, 지방정부는 균형 발전의 밑그림”이라면서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지자체가 다양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입법권 등 실질적인 권한을 대폭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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