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포위해 총 쏘고 병실 수색”…5·18계엄군 전남대병원도 진압

2017.05.01 11:19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들이 환자를 치료 중이던 전남대병원을 포위하고 사격을 한 뒤 총을 들고 병실까지 수색했다는 당시 의료진의 진술이 나왔다. 계엄군이 환자를 치료하던 병원에까지 총을 쏠 정도로 폭력적 이었다는 사실이 또 한번 드러났다.

전남대병원은 1일 1980년 5·18당시 전남대병원 의료진의 증언집 <5·18 10일간의 야전병원>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5·18당시 전남대병원에서 부상자들을 치료했던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 28명의 증언이 220쪽에 걸쳐 실려 있다.

당시 의료진들은 공수부대에 의해 전남도청 진압작전이 있었던 1980년 5월27일 계엄군이 전남대병원을 포위하고 총격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전남대병원은 당시 광주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이었으며 전남도청과 인접해 있어 많은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던 곳이다.

전남대병원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의료진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펴낸 <5.18 10일간의 야전병원>.

전남대병원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의료진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펴낸 <5.18 10일간의 야전병원>.

당시 마취과 레지던트였던 유경연 전남대의과대학 명예교수는 “ 5월27일 계엄군은 병원 담 쪽을 에워싸더니 일제히 총격을 가했으며, 이후 안으로 들어와 일일이 병실을 검문했다” 면서 “날이 밝아 확인한 결과 당시 임시숙소로 사용했던 11층 병실의 유리창 대부분은 총격에 깨졌다”고 말했다.

당시 전남대병원 옥상에는 시민군이 설치한 기관총이 있었다. 하지만 계엄군은 총을 들고 병실을 수색했다. 임상병리과 레지던트였던 서순팔 현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군인들이 복도를 거닐면서 확성기를 통해 ‘너희들은 포위됐다. 투항하라’고 소리쳤다” 며 “당시 검사실에 있었던 우리는 손을 들고 나갔고, 군인들은 검사실 안을 샅샅이 수색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계엄군이 당시 광주 재진입 작전 수행 전에 이미 전남대병원을 진압 목표로 정했다는 정황을 보여주고 있다. 전남대병원 측은 “증언집이 5·18의 원인 중 하나인 계엄군의 과잉진압이 시행됐다는 사실과 함께, 전쟁 중에는 적의 의료시설도 공격하지 않는다는 국제적인 관례마저도 무시한 비인도주의적 진압사례였음을 입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부상자를 치료하고 있는 전남대의료진./ 전남대병원 제공.

5.18민주화운동 당시 부상자를 치료하고 있는 전남대의료진./ 전남대병원 제공.

전남대병원 계엄군이 잠시 광주 외곽으로 물러나던 5월21일에도 총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정형외과 교수였던 노성만 전남대의과대 명예교수는 “계엄군은 당시 정형외과가 있는 건물을 향해 총을 수평으로 들고 쐈다. 불이 켜져 있는 2층을 보고 사격했으며, 총소리에 누구나 할 것 없이 바닥에 엎드렸다”고 기억했다.

당시의 총탄 흔적이 남아있는 노성만 교수의 캐비닛과 가운은 현재 전남대 5·18연구소와 전남대 의학박물관에 각각 전시돼 있다.

<5·18 10일간의 야전병원>에는 병원에 실려 온 참혹한 사상자들의 모습과 계엄군의 병원에 대한 무차별 사격, 밤낮없이 진행되는 초응급 수술, 시민들의 헌혈 대열 등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그러한 여건 속에서 극에 달한 분노, 절망, 공포 등을 억제하며 의료인의 책무를 다해야하는 인간적인 고뇌도 나타나 있다.

1980년 5월27일 계엄군에 의해 연행되는 시민들./전남대 5.18연구소 제공.

1980년 5월27일 계엄군에 의해 연행되는 시민들./전남대 5.18연구소 제공.

의료진 증언 외에도 당시 전남대병원서 수술과 치료를 받았던 사상자의 현황과 진료 상황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그래픽으로 정리돼 있다. 특히 당시 전남대병원의 진료기록부·수술대장·마취장부를 통해 구성된 사상자 현황에 따르면 총 사상자는 223명으로 집계됐다. 사상자 유형별로는 총상 환자가 41%로 가장 많았으며, 연령별로는 20대가 47%로 가장 많았다.

전남대병원은 2일 전남대 의과대학 명학회관에서 정병석 전남대총장·윤택림 병원장을 비롯해 5·18 관련단체 관계자, 직원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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