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유해물질’ 논란

‘팬티라이너’는 의약외품? 공산품? 위생용품?

2017.08.24 21:53 입력 2017.08.24 21:59 수정

‘생리혈 흡수용’일 때만 안전·품질 검사…그 외 관리 안돼

“뒷북 식약처 말고 질본·환경부가 역학조사해야” 목소리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35)는 생리가 다가올 때나 끝날 무렵에는 팬티라이너 생리대를 쓴다. 최근 릴리안 생리대 논란이 불거지자 이씨는 자기가 쓰던 생리대 포장지 겉면을 들여다봤다. 일반 생리대에는 모두 ‘의약외품’으로 쓰여 있었지만 팬티라이너 생리대 중에 의약외품으로 표기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생리혈 흡수용으로 쓰지 마세요’라는 깨알 같은 문구는 이번에 처음 봤다. 생리 전후에 쓰지 말라는 뜻인지 혼란스러워졌다.

생리량이 많지 않은 기간에 옷에 생리혈이 묻지 않도록 두꺼운 생리대 대신 팬티라이너형 제품을 쓰는 여성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제품들 일부는 안전기준이 없으며, 정부의 허가·관리 절차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팬티라이너에는 상품 포장용 비닐에 ‘평상시 질 분비물 처리’ ‘생리혈의 흡수처리용으로는 사용하지 마세요’라고 쓰여 있다. 생리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P&G의 위스퍼 ‘피부애’를 비롯한 일부 제품의 전면에는 ‘팬티라이너’라고만 써있기 때문에 한눈에 구분하기 힘들다.

이렇게 복잡해진 이유는 팬티라이너에도 ‘생리혈 흡수용’이 있고 아닌 것이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생리혈 흡수용도의 팬티라이너는 의약외품으로 지정해 약사법에 의해서 폼알데히드, 형광증백제, 색소 등 9가지 항목의 안전성과 품질을 검사하지만 그렇지 않은 팬티라이너는 의약외품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알아보기 어려운 구분법에 따라 당국이 관리를 해온 셈이다.

릴리안 팬티라이너는 의약외품인데도 부작용 논란이 불거졌다. 그런데 ‘생리혈 흡수용’이 아닌 팬티라이너에 대해서는 안전기준이나 검사 절차가 아예 없다. ‘공산품’을 관리하는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팬티라이너는 공산품 관리품목이 아니다”라고 했다. 즉 이런 팬티라이너는 의약외품도, 공산품도 아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런 제품은 (허가 필요 없이) 그냥 업체가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지난해에야 관리 외 품목이던 팬티라이너와 식당 물티슈 따위를 ‘위생용품’으로 묶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생용품관리법에 따른 규제는 내년 4월부터 시행된다.

식약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등 떼밀리듯 업체 현장조사를 시작하고 전문가 회의를 열겠다며 나섰다. 하지만 릴리안은 과거의 식약처 품질검사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온 터라, 소비자들은 “애당초 제품 허가를 내준 식약처가 다시 조사한다면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불신을 표한다.

역학조사 검토마저 ‘우물쭈물’하고 있다. 애초 역학조사 계획은 없다던 식약처는 24일 “25일 열리는 전문가 회의에서 역학조사 여부를 검토해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역학조사를 해야만 문제가 풀린다’는 전문가·환경단체의 지적을 듣지 않다가 이제서야 태도를 살짝 바꾼 것이다.

이종현 박사(독성학)는 “역학조사 말고는 해결방안이 없다”면서 “역학조사 역량 측면에서나, 식약처가 그간 관리주체였다는 면에서나 가습기 살균제 역학조사 경험이 있는 질병관리본부, 환경부가 나서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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