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유해물질’ 논란

“릴리안 쓴 뒤 생리주기 변화” 제보자 60% 부작용 호소

2017.08.24 13:38 입력 2017.08.24 23:57 수정

여성환경연대, 3009명 사례 분석…“생리량 줄어” 86%나

여성환경연대 “화학물질 규제 대상 적어 원인 규명 어려워”

모든 유해물질 조사 촉구…식약처, 업체 5곳 긴급 현장조사

여성환경연대, 여성민우회, 불꽃페미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24일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을 조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여성환경연대, 여성민우회, 불꽃페미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24일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을 조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40대 여성 ㄱ씨는 지난해부터 생리 기간이 줄어들다가 최근엔 1~2일 만에 생리가 멈추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의 원래 생리 기간은 평균 5~6일이었다. ㄱ씨는 “아직 이른 나이 같은데 싶으면서 완경(폐경)을 빨리 한다고만 생각했다”며 “그런데 최근 사용하던 릴리안 생리대를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바꾸자 월경주기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대 초반 여성 ㄴ씨는 2011년 여름과 2012년 봄, 생리불순으로 두 차례 병원을 찾았다. ㄴ씨는 “병원에선 스트레스나 불규칙한 생활을 원인으로 지목할 뿐이었다”며 “올봄 릴리안 생리대 유해물질 기사를 보고 생리대를 바꿨는데 생리 기간이 다시 7일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여성단체인 ‘불꽃페미액션’의 김동희 활동가는 “릴리안은 다른 생리대에 비해 저렴하고 드럭스토어(잡화상을 겸한 약국)에서 ‘1+1 행사’를 진행한다. 저를 포함해 여러 친구들이 저렴한 가격에 끌려 사용한다”며 “상당수가 부작용을 겪었고 자궁근종 제거 수술을 받은 친구도 있다”고 전했다. 독성물질 논란이 불거진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해 부작용을 겪고 있다는 여성 10명 중 6명은 생리주기 변화를 호소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릴리안 쓴 뒤 생리주기 변화” 제보자 60% 부작용 호소

여성환경연대는 2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뒤 부작용을 겪은 여성들이 제보한 사례 3009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제보는 지난 21일 오후 7시부터 23일 오후 4시까지 45시간 동안 접수했다.

여성환경연대 분석 결과 3009명의 여성 가운데 65.7%(1977명)가 생리주기에 변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주기가 1~2개월 바뀌었다는 응답이 22.7%(684명)로 가장 많고, 3개월 이상 10.3%(311명), 6개월 이상은 12.3%(370명)였다. 전체 제보자 중 85.8%(2582명)는 생리량이 줄었다고 답했다. 생리량이 늘었다고 답한 경우는 4.3%(128명)다.

릴리안 생리대를 쓴 뒤 생리통과 질염, 각종 피부질환을 겪은 경우도 많았다. 제보자의 68.0%(2045명)가 이전보다 생리통이 심해졌고, 55.8%(1680명)는 제품 사용 후 질염 등 여성질환을 겪었다고 했다. 48.3%(1453명)는 피부질환이 생기거나 심해졌다고 밝혔다. 제품을 쓰고 3년 이내에 월경이나 자궁 관련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경우도 49.7%(1495명)에 달했다. 이 밖에 부정출혈, 방광염, 배란통, 난소혹, 생리전증후군(PMS) 등이 부작용 사례로 보고됐다.

여성환경연대가 강원대 생활환경연구실 김만구 교수 연구팀과 지난 3월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생리대 10종에서 유해물질 22종이 검출됐고, 이 중에는 휘발성 유기화합물도 있었다.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생리대를 속옷에 고정하는 접착제 부분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제조사들은 유해물질 사용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현행법상 생리대 관련 규제는 폼알데하이드, 색소, 형광물질, 산·알칼리 규정뿐이므로 논란이 된 생리대 부작용의 원인을 규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각종 독성물질과 피부 알레르기 유발 물질,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모든 유해 화학물질을 전반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깨끗한나라 등 생리대 제조업체 5곳에 대해 긴급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점검 대상은 국내 업체 중 시중 유통량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유한킴벌리, 엘지유니참, 깨끗한나라, 한국피앤지(P&G), 웰크론헬스케어다. 이들 5개사가 2016년 기준 국내 생산 생리대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식약처는 현장점검에서 접착제 과다사용 여부 등 원료와 제조공정이 허가받은 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업체가 원료와 완제품 품질검사를 철저히 수행하는지, 제조·품질관리 기준을 지키고 있는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