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시대, 법·처벌 강화한 중국, 단기 대책에 집중한 한국

2018.04.01 08:10
백철 기자

·효과 없는 ‘비상대책’보다 1년 내내 효과 있는 대책 필요.

공장 9976곳 폐쇄·압류, 5673명 생산 제한·정지, 4041명 구속. 2016년 중국 정부의 환경보호 위반상황 단속 현황이다. 전권호 한·중 대기질 공동연구단장(국립환경과학원 연구관)은 “중국에서는 환경문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푸른 하늘 수호전’을 선언한 것처럼 전쟁하듯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3월 26일 오전 서울 마포대로에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이준헌 기자

3월 26일 오전 서울 마포대로에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이준헌 기자

한국의 여론은 중국을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보고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라는 표현은 당연한 것처럼 쓰인다. 미세먼지에 대해 중국 정부에 항의하고, 필요하면 국제소송까지 걸어야 한다는 취지의 국민청원 참여인 수는 일주일 만에 21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중국은 실제로 미세먼지의 양을 많이 줄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 미세먼지에 대한 책임만 물을 것이 아니라, 중국의 미세먼지 대책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5년 시행된 중국 신환경보호법 ‘주목’

3월 초 미국 시카고대 에너지정책연구소는 중국의 환경오염에 대한 보고서(‘중국은 오염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나’)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시카고대 연구소는 2013년과 2017년의 데이터를 비교해본 결과, 중국 전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 30% 이상 감축했다. 베이징시의 경우 2013년 ㎥당 초미세먼지 농도가 90.6㎍(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그램)이었던 것이 지난해 58.8㎍으로 줄었다. 연구소는 베이징 시민들의 기대수명이 3.3년 증가했다고 밝혔다. 상하이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도 2013년 ㎥당 62.5㎍에서 지난해 40.5㎍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전권호 연구단장은 “리커창 총리가 ‘푸른 하늘 수호전’을 선언한 것처럼, 중국은 전쟁처럼 환경규제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환경규제를 관리하는 공무원들도 적법한 처리를 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다. 이미 2000명가량의 공무원들이 처벌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표한 ‘중국 환경규제 강화와 대응방안’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의 조치는 ‘권고’에 그친 수준이 아니다. 보고서는 중국에서 2015년 시행된 신환경보호법을 대표적인 중국의 환경규제로 꼽았다. 중국의 환경보호법은 1989년 제정되었으나 26년간 법안 내용이 바뀌지 않았다. 2015년 중국은 기존 47개 조항을 70개로 늘리고, 벌금액수의 상한선을 없애는 등 강력한 내용으로 환경보호법을 고쳤다. 또한 기업의 환경오염에 대해 기업 당사자뿐만 아니라 환경 평가기관이나 감찰기관도 연대책임을 질 수 있게 했다. 중국 영토 내에서 기업활동을 하는 곳이라면 국적에 상관없이 동일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새로운 환경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도 강화됐다. 새로 바뀐 환경영향평가 기준에 의하면,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기 전에 먼저 공사를 진행할 경우 사업자는 전체 투자액의 1~5%를 벌금으로 내야 했다. 또한 법 위반 정도가 위중할 경우에는 3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됐다.

정책이 강화됐다고 해서 환경이 저절로 좋아지는 건 아니다. 제도 정비와 함께 중국 정부는 2015년 7월 환경보호 감찰방안을 세웠다. 이 방안에 따라 중국은 2016년과 2017년에 총 15개 성(省)을 대상으로 폭넓은 환경보호 감찰을 실시했다. 중앙정부의 감찰조는 1개월간 해당 지역에 머무르면서 민원을 접수하고 조사를 통해 형사처벌까지 집행했다. 2016년 허베이성에 시범적으로 환경감찰을 실시한 이후 베이징, 상하이, 충칭 등 주요 대도시가 중국 정부의 감찰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 기간 동안 중국 정부는 9976곳의 사업장을 폐쇄하거나 압류시켰으며, 5673곳에는 생산 제한 또는 정지 조치를 내렸다. 또한 4041명이 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원영재 클린아시아 대표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도시 구조 자체를 재편시키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 대표는 “중국에서 베이징시 청사를 시 외곽으로 옮기고 있다. 또한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분석된 공장들도 외곽으로 옮기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1200만명 정도가 시내 중심가에서 외곽으로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전권호 단장은 “한·중 공동연구 결과에 따라 베이징의 미세먼지에 황 성분이 많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런 연구 성과가 반영돼 중국 정부에서 지난해 1년간 10만개 가까운 석탄 보일러를 청정 보일러로 바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한국정부 1회성 대책 효과 없어”

이에 비해 한국의 대책은 강제력이 약하다. 3월 29일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 보완사항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수도권의 공공부문 비상저감조치를 민간분야로 확장시킨다는 것이다.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해당 기관의 차량은 2부제 적용을 받는다. 또한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이 연간 20톤 이상인 사업장은 가동률을 낮춰야 하며, 비산먼지를 발생시키는 공사는 조치가 떨어진 다음날 6시부터 21시까지 공사를 중단해야 했다. 이번 대책에서 비상저감조치의 추가 적용을 받는 민간사업장은 총 39곳(서울 1곳, 경기 21곳, 인천 17곳)이다. 환경부는 대기오염물질을 자동으로 측정하는 굴뚝 측정장비가 있는 수도권 193개 대형사업장 전체로 비상저감조치 참여기업을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환경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석탄발전소에 대한 감축 운영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미세먼지 발생량을 기준으로 감축운영 대상 석탄발전소를 선정한 다음 감축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세먼지 발생량 감축보다 일반 시민들이 받는 피해를 줄이는 대책도 들어 있다. 환경부는 올해 2월까지 600개 초등학교에 공기정화장치 설치를 완료했으며 4월에 추가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어린이집이나 노인요양시설 등에 마스크 무상보급을 늘리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환경운동연합 대표)는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은 비상대책이 아니라 일상적인 미세먼지 배출량 감축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개인과 기업에 어느날 갑자기 차를 타지 말고, 공장 가동을 줄이라고 하면 실천도 어렵고 큰 효과도 보기 어렵다”며 “우리는 중국처럼 강제적인 정책을 쓰긴 어렵다. 그렇다면 배출가스 기준을 높이든지, 평소에 자가용은 타기 어렵게 하고, 대중교통을 더 편하게 바꾸는 식으로 1년 내내 효과가 있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환경부는 지난 7월 한·미 공동 대기질 조사 설명회에서도 중국의 미세먼지 기여도가 몇 %인지를 먼저 거론했다. 그 전에는 중국의 미세먼지 기여도가 최대 80%라는 말도 했다. 중국발 미세먼지를 핑계로 우리나라가 스스로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을 해친다. 석탄보다 미세먼지 발생이 적은 연료로 전기를 생산한다든지 방법은 많다. 대통령은 석탄 발전을 줄여 국내 미세먼지를 30% 감축시키겠다고 하는데, 정부는 특정 대상에 대한 분노만 일으키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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