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수사방해’ 남재준 등 1심서 실형..“원세훈 변호인단처럼 행동”

2018.05.23 15:02 입력 2018.05.23 15:52 수정

국가정보원의 댓글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2013년 검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정원 간부들과 파견 검사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 구형보다는 형량이 낮지만, 재판부는 “단순히 국정원에 대한 부당한 오해를 해명하는 것을 넘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변호인단처럼 행동했다”며 피고인들이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을 노골적으로 우롱했다고 비판했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74)에게 징역 3년6개월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58)은 징역 2년6개월과 자격정지 1년6개월,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58)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국정원 파견검사였던 장호중 전 검사장(51·당시 감찰실장)은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 이제영 검사(44·당시 법률보좌관실 근무)는 징역 1년6개월과 자격정지 1년을 받았다. 나머지 3명도 징역 1~2년의 실형을 받았다. 지난 15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됐던 김 전 단장과 문정욱 전 국익정보국장(59)은 다시 법정구속됐다.

이들은 국정원의 댓글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한 2013년 4월 검찰 압수수색에 대응하기 위해 위장 사무실을 만들고(위계공무집행방해), 그해 5월 원 전 국정원장 지시 등이 담겨있는 전 부서장회의 녹취록의 중요대목을 가린 채로 제출한 혐의(국정원법 위반)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이들은 또 원 전 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는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허위 증언을 하라고 한 혐의(위증교사)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전면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남 전 원장 지시에 따라 만들어진 ‘간부진 태스크포스(TF)’에서 압수수색과 압수물 제출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결정했다고 인정했다. 피고인들은 당시 검찰과 국정원이 압수수색 일시와 장소를 협의했고, 자료 제출도 자발적으로 내는 ‘임의제출’이라서 일부 내용을 삭제했어도 무방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검사가 영장을 제시하고 압수수색을 한 이상 강제력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공무집행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며 “원 전 원장의 이익을 위해 증거를 감추거나 조작해 제출할 권리가 피고인들에게는 없다”고 했다.

녹취록 삭제와 국정원 직원들의 위증도 간부진 TF 결정에 따라 시행된 것이라고 재판부는 봤다. 특히 심리전단 직원들이 스스로 위증한 것이라는 김진홍 전 단장의 주장은 오히려 독이 됐다. 재판부는 “김 전 단장이 심리전단장으로서 이 사건에 광범위하게 관여했는데도 불구하고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범행이 ‘법치주의’에 어긋나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태도로 수사과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했더라면 국정원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는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피고인들은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 경우 국정원의 기능이 축소되고 새로 출범한 정부에 부담될 가능성 등을 빌미로 수사와 재판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수사와 재판에서 진실이 발견되는 것을 방해하는 범죄는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어서 그 목적이 무엇이든간에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이날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은 앞서 검찰의 구형량보다는 낮다. 검찰은 남 전 원장에게 징역 5년, 서 전 2차장에게 징역 3년6개월, 김 전 단장에게 징역 3년, 장 전 검사장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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