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무명 딛고 <미스터 션샤인>으로 '활짝 핀' 김남희 "일본어 전혀 못 해 대본 통째로 외웠다"

2018.10.01 09:37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일본 육군 대좌 모리 타카시 역을 맡은 배우 김남희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본사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김영민 기자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일본 육군 대좌 모리 타카시 역을 맡은 배우 김남희가 지난 17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본사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김영민 기자

지난 30일 종영한 화제의 드라마 tvN <미스터 션샤인>에는 드라마의 인기만큼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선 배우가 있었다. 일본 육군 대좌 모리 타카시역의 배우 김남희(32)다. 타카시는 조국 일본의 근대화에 앞장서고자 하는 뼛속부터 애국자다. 온라인에선 타카시 역을 두고 ‘진짜 일본인’ 배우인지 설전이 오갔다.

“일본어는 전혀 못해요. 대본을 그냥 통째로 외웠죠.” 지난 17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본사에서 만난 김남희가 말했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아는 일본어라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고맙습니다), ‘요로시쿠 오네가이시마스’(잘 부탁드립니다) 정도가 전부였던 김남희는 어떻게 다카시 역을 맡게 됐을까.

김남희는 이응복 PD와 김은숙 작가의 전작인 드라마 <도깨비>에 단역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감독님이 오디션을 한 번 보자고 했어요. 정해진 배역은 없었는데, 아마 다카시 정도까지의 역할은 안 줄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갑자기 대본 하나 주면서 일본어 연기를 시키더라고요. 그냥 아는 일본말을 반복하면서 대사를 하듯 연기했어요. 그렇게 덜컥 일본인 배역을 맡게 됐죠.”

캐스팅이 확정된 뒤 김남희는 곧장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유진 초이나 구동매, 김희성 같은 인물은 그래도 한국사람이니까 일본어를 좀 못해도 되잖아요. 근데 전 일본인이니까 대충해서는 안 되겠더라고요.” 그렇게 군 시절 친해진 형이 사는 도쿄에서 한 달을 머물렀다. 그는 “일본어가 크게 늘지는 않았다”면서도 “일본사람들의 말투와 행동 등을 관찰하고 배우는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 tvN 캡처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 tvN 캡처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 tvN 캡처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 tvN 캡처

극 초반 유진 초이(이병헌)의 뉴욕 아파트 이웃으로 등장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타카시는 17회 방송부터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재등장해 유진과 대립했다. 타카시가 ‘의병의 자식은 또 의병이 된다. 그래서 그 민족성을 말살해야 한다’고 독백하는 장면에선 살기마저 느껴졌다.

“어차피 할 거 아주 나쁜 놈처럼 해야겠다 생각을 했죠.” 자신의 연기에 대해 김남희는 멋쩍게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그는 “나는 역사적인 면에서 소위 말하는 반일 감정이 센 사람”이라며 “우스갯소리로 ‘나 같은 사람한테 이런 역할도 오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조선 의병을 박해하던 타카시는 결국 21회 방송에서 유진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김남희는 “너무 일찍 죽은 것 같아 아쉽다”며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열심히 했다. 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정신없이 했는데, 끝나고 나니깐 시원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짧은 출연이었지만 이병헌, 김의성 등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은 김남희에게 큰 자산이 됐다. “이병헌 선배님을 보면서 ‘프로답다’는 말이 뭔지 알게 됐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신경질, 짜증 한 번 안 내고 웃으면서 촬영에 임하시더라고요. 아무리 작은 배역이라도 후배들이 연기할 때 대사를 항상 맞춰주셨어요. 이런 자세가 이병헌이란 배우의 연기를 만들어낸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죠.”

얼핏 보면 스타 작가의 작품에 연달아 출연한 ‘운 좋은’ 신인 배우 같지만, 김남희는 5년이라는 무명 시절을 지나온 ‘준비된 배우’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진로를 정하지 못해 방황했다. 그러다 우연히 집 근처 연기학원에 들렀는데, 그 길로 쭉 연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경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그는 2013년 영화 <청춘예찬>으로 데뷔해 주로 연극무대와 독립영화에 출연했다.

김남희는 무명 시절을 떠올리며 “마냥 좋은 생활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진짜 힘들었다”고 했다. “스무살 때 공연 스태프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어요. 근데 이 일을 서른살에도 하고 있더라고요.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어요. ‘십년 전에 하던 일을 아직도 하고 있구나. 배우가.’ 그래서 그때부터 아르바이트를 그만 뒀어요. 연기 열심히 하다보면 누군가 알아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연기만 했죠.”

김남희는 <미스터 션샤인>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게 됐다. 때마침 결혼이라는 겹경사도 맞았다. 10년 만난 학교 후배와 지난 29일 결혼식을 올렸다. 그는 인터뷰 당시 “지금 가장 감사한 사람이 아내 될 사람”이라며 “나를 만나 고생을 많이 했다. 성격이 많이 예민한 편인데 그걸 다 받아주고, 연기 활동만 할 수 있게 도와줬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술보다는 커피를 좋아하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를 가장 좋아한다는 김남희는 “깊이 있게 오래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뭐랄까, 유행하는 연기스타일 맞춰 잠깐 연기하고 힘없이 빠지는 배우가 아니라 다작을 하지 않더라도 한 작품 한 작품 공들여 연기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쟤가 김남희였어?’하고 놀라실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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