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중범·상습이면 형사사건으로’…울산중부서 전국 첫 기준 마련

2018.11.21 09:18 입력 2018.11.21 15:08 수정

지난달 중순 울산중부경찰서로 남편의 폭행때문에 크게 다쳤다는 한 여성의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해보니 여성의 얼굴은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심한 멍이 들었고, 남편은 이미 집 밖으로 나간 뒤였다.

아내는 경찰에게 “남편을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했다가 며칠 뒤 “남편이 이제 정신을 차리고 때리지 않겠다고 하니 선처해달라”고 부탁했다. 경찰은 사건 처리를 놓고 고민을 하다가 “남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아내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일반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했다.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면 남편은 형사처분을 받지 않고 범죄전력도 남지 않는다. 전문기관에서 가정폭력 재발방지 교육 등을 받거나, 심할 경우 접근금지 명령 등이 내려질 뿐이다. 하지만 형사사건으로 처리하면 가해자는 재판에서 벌금형이나 금고·징역형 등의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울산중부경찰서

울산중부경찰서

경찰 관계자는 “형사사건으로 처리하면 향후 벌금 때문에 해당 가정에 경제적 부담이 되고, 만약 가해자가 구속되면 돈을 벌 사람이 없어 피해자에게도 손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하면 가해자들이 가정폭력을 가볍게 여겨 재발할 우려가 있어 평소에 사건담당 경찰관들의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도 ‘사건의 성질·동기 및 결과 등을 고려해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만 명시돼 있을 뿐 구체적 처리 기준이 없다.

이 때문에 울산중부경찰서는 ‘가정폭력 사건 처리기준 참고항목’을 만들었다. 가정폭력을 유형별로 5가지 조건을 만들고, 사건이 3가지 이상 조건에 해당되면 형사사건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가정폭력이 형법상 징역 3년을 초과하는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 가해자가 최근 3년간 2회 이상 가정폭력 전력이 있는 경우,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또 전치 3주 이상 상해가 발생한 경우와 보복성 폭행 또는 자녀가 있는 앞에서 범행하는 등 심각성이 있는 경우도 형사사건으로 처리한다.

다만 경찰은 사건 주변인 조사 등을 통해 평소 아무런 문제가 없는 가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 등은 5가지의 형사사건 처리기준에 해당하더라도 피해자 의사를 고려해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울산중부서는 지난 19일부터 해당 참고항목을 가정폭력 담당 경찰관들에게 배포하고 올해 말까지 시범운영키로 했다. 송현건 중부서 여성청소년과장은 “상습적이고 고질적인 가정폭력 가해자는 엄정하게 다루고, 경찰관의 주관적 판단에 의한 사건처리를 줄이기 위해 처리기준 참고항목을 만들었다”면서 “시범운영을 거친 후 가정폭력 재발방지에 더 도움이 되도록 참고항목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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