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파 발언’ 박홍 전 서강대 총장 선종

2019.11.09 14:31

1990년대 학생운동 세력이던 ‘주사파(主思派)’ 배후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던 박홍 전 서강대 총장이 9일 선종했다. 향년 78세.

박 전 총장은 2017년 신장 투석을 받은 후 당뇨 합병증으로 투병해오다 이날 오전 4시 40분 서울 아산병원에서 세상을 뜬 것으로 전해졌다.

1941년 부산에서 태어난 박 전 총장은 1965년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70년 사제품을 받아 가톨릭 성직자가 됐다.

예수회 소속 신부인 그는 1989년부터 8년간 서강대 총장을 지내면서 여러 설화로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전 총장은 1994년 김영삼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14개 대학 총장 오찬에서 “주사파가 (학원 내에) 깊이 침투해있다”며 학생운동 세력의 최후 배후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지목했다.

그는 발언 파장이 커지자 “고백성사를 하러 온 학생들로부터 들었다”고 해명했지만, 신도들로부터 고백성사 누설 혐의로 고발당했다. 천주교 사제가 신도로부터 고발당하기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1991년 김기설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이 분신자살한 이후 민주화를 요구하는 분신 정국이 이어지자 “우리 사회에 죽음을 선동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그는 여러 설화로 논란을 겪은 탓인지 1998년 서강대 재단 이사장에 내정됐으나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2002년에도 재단 이사장에 내정되며 학교가 한바탕 내홍을 겪었으나 이듬해 학생들 반대 속에 이사장에 취임했다.

극우논객으로 논란의 중심의 섰던 그는 1970년대 박정희 유신정권에 맞섰던 진보 인사였다.

전태일 열사 장례미사에 나섰다 학생들과 연행됐고 1982년에는 ‘반미(反美)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가 검찰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총장 시절 학생들과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눴던 소박한 인물로 평가되기도 했다.

천주교 예수회 한국관구는 이날 낸 부고에서 “박홍 신부님을 우리 곁에서 떠나보내며, 오늘 선종하신 박홍 신부님께서 주님 안에서 평화의 안식을 누리기를 함께 기도해주시기를 청합니다”라고 추모했다.

박 전 총장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층 30호다. 발인은 11일, 장지는 용인천주교묘지 내 예수회 묘역이다.

박홍 전 서강대 총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홍 전 서강대 총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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