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다”, 박원순 시민분향소에 시민들 추모행렬…'실망했다' 목소리도

2020.07.11 15:25 입력 2020.07.11 15:46 수정

1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9시43분. 시민 다섯 명이 서울 중구 시청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네 명은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감았다. 5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은 몸을 더 숙여 큰절을 했다. 묵념한 이들의 정면엔 고 박원순 시장의 영정사진이 놓였다. 큰절한 남성은 몸을 일으킨 뒤 눈물을 흘렸다. 박 시장의 시민분향소가 차려진 첫날 시청광장 풍경이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는 13일 오후 10시까지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날을 제외하고 12~13일의 공식 조문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분향소 제단에는 꽃 9500송이가 놓였다. 화환이나 근조기는 따로 받지 않는다. 서울시는 “고인과 유족의 의견을 반영해 검소한 장례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공식 분향 시간보다 일찍부터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김숙자씨(75)는 오전 10시쯤 검은 배낭을 맨 채 박 시장의 영정 앞에서 소리없이 울었다. 김씨는 “삼풍백화점 사고 때 아들을 잃었는데, 그때 김수환 추기경과 박 시장이 찾아와서 안아줬다”며 “마음 착한 사람이었다. 안타깝다”고 했다. 분향소 개소 직전인 오전 10시48분쯤엔 시민들의 행렬이 플라자호텔 방면에서 시청 건물이 있는 곳까지 서울광장을 빙 둘러 200m 가량 이어졌다.

분향이 시작된 오전 11시부터 시민들은 7~8명씩 한조를 이뤄 분향소에 들어섰다. 영정을 마주본 채 5초 가량 묵념한 뒤 오른쪽으로 퇴장했다. 조문 이후엔 부의록을 적었다.

박 시장에 대한 추모에 불만을 품은 시민도 있었다. 경기도 화성에서 온 김모씨(66)는 “원래 박 시장을 지지했는데, 성추행 의혹이 터지면서 실망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 시장이 그래서는 안됐다”면서 “국민의 세금을 들여서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했다.

시민들 간의 다툼도 벌어졌다. 이날 오전 11시30분쯤 시민분향소 인근에서 박 시장을 조문온 최모씨(52)가 한 할머니에게 플라스틱 바가지로 머리를 맞았다. 할머니의 손에는 ‘박근혜 사면’이란 문구가 적혔다. 폭행 사실을 신고받은 태평로파출소 대원들이 가해자를 연행했다. 남대문경찰서는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 10일 오전 0시29분쯤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인 9일 오후 5시17분쯤 박 시장의 딸이 경찰에 실종신고하면서 경찰·소방의 수색이 시작됐다. 경찰은 10일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은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 8일 시장실에서 근무했던 전직 비서 ㄱ씨가 ‘과거 박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한 사실은 있다. 박 시장은 유서에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적었다.

11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분향소가 설치된 중구 시청 앞 광장에서 한 시민이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윤기은 기자

11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분향소가 설치된 중구 시청 앞 광장에서 한 시민이 무릎을 꿇고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윤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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