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청소·의료·대리운전 노동자들이 전태일을 찾아왔다···노동평등세상 아직 멀기에

2020.11.14 06:00 입력 2020.11.14 08:25 수정

사진으로 기록한 ‘전태일 50주기 캠페인’ 6개월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제12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 기자회에 참석한 타투유니온 등 타투노동자와 캠페인 참가자들이 ‘타투할(받을+작업할) 권리’와 자유 보장, 타투노동자 일반직업화를 호소하며 반려동물 타투 사진 액자를 들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제12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 기자회에 참석한 타투유니온 등 타투노동자와 캠페인 참가자들이 ‘타투할(받을+작업할) 권리’와 자유 보장, 타투노동자 일반직업화를 호소하며 반려동물 타투 사진 액자를 들고 있다. / 김기남 기자

반세기가 흘렀다. 청년 전태일이 뛰어다니던 복개천은 콘크리트를 걷어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며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제 몸을 불살랐던 그의 몸은 거인이 되어 평화시장 앞을 흐르는 청계천을 바라보고 있다. 각혈로 핏덩이를 토해내던 여공들이 일하던 평화시장은 이제 정말 평화를 찾았을까?

전태일 다리에서 아름다운청년 전태일 50주기 범국민 행사위원회‘ 주최로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이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은 주민의 폭언과 폭행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파트 경비원 故 최희석씨의 영정에 분향을 하는 것으로 캠페인을 시작했다. 현재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인준씨는 ’입주민들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반갑게 인사해주시는 것 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 이준헌 기자

전태일 다리에서 아름다운청년 전태일 50주기 범국민 행사위원회‘ 주최로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이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은 주민의 폭언과 폭행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파트 경비원 故 최희석씨의 영정에 분향을 하는 것으로 캠페인을 시작했다. 현재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인준씨는 ’입주민들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반갑게 인사해주시는 것 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 이준헌 기자

전태일 다리에서 ‘제 3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이 열리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아시아나KO에서 일하다 최근 해고된 김계월씨도 참여했다. 아시아나KO는 아시아나항공의 비행기를 청소하는 하청회사다. 이들은 정부가 항공업계에 3조3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혈세를 지원했는데도 항공사들이 고용유지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은채 정리해고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 이준헌 기자

전태일 다리에서 ‘제 3차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이 열리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아시아나KO에서 일하다 최근 해고된 김계월씨도 참여했다. 아시아나KO는 아시아나항공의 비행기를 청소하는 하청회사다. 이들은 정부가 항공업계에 3조3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혈세를 지원했는데도 항공사들이 고용유지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은채 정리해고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 이준헌 기자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전태일50주기  4차 캠페인에서 조혜숙 보건의료노조 단국대의료원 지부장(사진 왼쪽 두번째)이 전태일 평전에 나오는 당시 열악한 작업환경과 사측의 불법에 의해 노동자들이 다양한 직업병과 건강문제에 시달리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을 낭독하고 있다./이상훈 선임기자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전태일50주기 4차 캠페인에서 조혜숙 보건의료노조 단국대의료원 지부장(사진 왼쪽 두번째)이 전태일 평전에 나오는 당시 열악한 작업환경과 사측의 불법에 의해 노동자들이 다양한 직업병과 건강문제에 시달리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을 낭독하고 있다./이상훈 선임기자

“때때로 그는 점심을 굶고 있는 시다들에게 버스값을 털어서 1원짜리 풀빵을 사주고 청계천 6가부터 도봉산까지 두세 시간을 걸어가기도 했다. 일이 늦게 끝나는 날은 주린 창자를 안고 온종일 시달린 몸으로 다리를 휘청거리며 미아리까지 걸어가면 밤 12시 통금시간이 되어 야경꾼에게 붙잡혀 파출소에서 밤을 새우고, 새벽에 다시 도봉산까지 걸어서 집에 당도하는 일도 있었다.”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전태일 50주기 5차 캠페인에서 봉제인 홍은희(서울 봉제인지회 부회장)씨가 천에  ‘전태일 정신’을 미싱으로 박고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전태일 50주기 5차 캠페인에서 봉제인 홍은희(서울 봉제인지회 부회장)씨가 천에 ‘전태일 정신’을 미싱으로 박고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전태일 50주기 추모 6차 캠페인에서 청년문화의 상징인 래퍼 줍에이(왼쪽)와 래퍼 신진(오른쪽)이 참가하여  전태일을 추모하는 공연을 펼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전태일 50주기 추모 6차 캠페인에서 청년문화의 상징인 래퍼 줍에이(왼쪽)와 래퍼 신진(오른쪽)이 참가하여 전태일을 추모하는 공연을 펼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전태일 50주기 7차 캠페인에서 희망연대노조 서광순씨가 전태일 평전 240-241쪽을 낭독하고 있다.캠페인에 참여한 희망연대 노조원들은 본인의 실천 사항을 적은 종이를 들고 기자회견에 참여했다./우철훈 선임기자

전태일 50주기 7차 캠페인에서 희망연대노조 서광순씨가 전태일 평전 240-241쪽을 낭독하고 있다.캠페인에 참여한 희망연대 노조원들은 본인의 실천 사항을 적은 종이를 들고 기자회견에 참여했다./우철훈 선임기자

전태일 50주기 8차 캠페인에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정부의 ‘긴급생계지원’에서 정책과 행정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났다며 현실을 외면한 지원 대상과 턱없이 부족한 규모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또 ‘실효성 있는 생계 대책’ ‘고용보험의 전면 확대’ ‘산재보험 실질적 적용’ ‘노동기본권 보장’의 내용을 담은 특수고용노동자의 요구와 대책을 발표했다. / 이준헌 기자

전태일 50주기 8차 캠페인에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정부의 ‘긴급생계지원’에서 정책과 행정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났다며 현실을 외면한 지원 대상과 턱없이 부족한 규모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또 ‘실효성 있는 생계 대책’ ‘고용보험의 전면 확대’ ‘산재보험 실질적 적용’ ‘노동기본권 보장’의 내용을 담은 특수고용노동자의 요구와 대책을 발표했다. / 이준헌 기자

전태일 동상 앞에서 영화배우 조진웅이 <전태일 평전>을 낭독했다. 그 역시 몸뚱이로 연기하는 노동자였다. 그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그의 인간 사랑이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되기를 열심히 응원하고 바라겠다”며 노동자와 연대했다. 자신보다 못한 처지의 노동자를 위한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은 6개월 전인 5월13일, 그렇게 시작됐다.

전태일 50주기 10차 캠페인은  ‘풀빵과 장미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작곡가 겸 가수인 김현성 씨가 전태일 평전을 낭독하고 ‘이등병의 편지’와  노회찬의원 2주기 헌정곡인 ‘반가워요’를 부르고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전태일 50주기 10차 캠페인은 ‘풀빵과 장미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작곡가 겸 가수인 김현성 씨가 전태일 평전을 낭독하고 ‘이등병의 편지’와 노회찬의원 2주기 헌정곡인 ‘반가워요’를 부르고 있다./우철훈 선임기자

전태일 50주기 14차 캠페인에는 청년유니온, 패션스타일리스트들이 참석했다. 인맥과 입소문으로 일을 따내는 스타일리스트 업계 특성상 두명의 패션 어시스턴트들은 얼굴을 가리고 참석했다. 패션 어시스턴트들은 기자회견에서 ‘24시간 대기조로 막대한 양의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실장들은 월급 50만원을 당당하게 지급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소한 ‘일한 만큼이라도 임금을 받고,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 이준헌 기자

전태일 50주기 14차 캠페인에는 청년유니온, 패션스타일리스트들이 참석했다. 인맥과 입소문으로 일을 따내는 스타일리스트 업계 특성상 두명의 패션 어시스턴트들은 얼굴을 가리고 참석했다. 패션 어시스턴트들은 기자회견에서 ‘24시간 대기조로 막대한 양의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실장들은 월급 50만원을 당당하게 지급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소한 ‘일한 만큼이라도 임금을 받고,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 이준헌 기자

전태일 50주기 17차 캠페인에서 서울노동인권복지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자들의 피해가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전태일 50주기 17차 캠페인에서 서울노동인권복지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자들의 피해가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의미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전태일의 목소리는 그 이후 6개월 동안 울려 퍼졌다. 7일이 지난 뒤 전태일 다리를 찾은 경비노동자 김인준씨는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저희를 머슴이 아닌 이웃으로, 함께 아파트를 지키고 가꾸는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인간다운 노동자의 삶을 꿈꾸는 목소리는 일주일마다 울려 퍼졌다. “우리를 영웅이라고, 전사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방호복을 입고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라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의 목소리로…

전태일 50주기 20차 캠페인에서 OB맥주경인직매장 물류를 담당하는 OB맥주직매장분회 조합원들이 전태일 평전을 낭송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전태일 50주기 20차 캠페인에서 OB맥주경인직매장 물류를 담당하는 OB맥주직매장분회 조합원들이 전태일 평전을 낭송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전태일 50주기 21차 캠페인에서 서울시 중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 조합원들이 행사에 앞서 전태일동상에 마스크를 씌워주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전태일 50주기 21차 캠페인에서 서울시 중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 조합원들이 행사에 앞서 전태일동상에 마스크를 씌워주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전태일 50주기 24차 캠페인에는 녹색병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임상혁 녹색병원장은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어린 여공을 돕기 위해 기꺼이 나섰던 전태일의 정신을 이어받아, 비정규, 영세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등 취약 직종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을 위한 안전망 병원으로서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이준헌 기자

전태일 50주기 24차 캠페인에는 녹색병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임상혁 녹색병원장은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어린 여공을 돕기 위해 기꺼이 나섰던 전태일의 정신을 이어받아, 비정규, 영세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등 취약 직종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을 위한 안전망 병원으로서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이준헌 기자

전태일 50주기 26차 캠페인에서 보건의료노조 돌봄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전태일 50주기 26차 캠페인에서 보건의료노조 돌봄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전태일 50주기 27차 캠페인에서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노동존중사회실현을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전태일 50주기 27차 캠페인에서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노동존중사회실현을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코로나19가 심각한 수준으로 재확산됐던 여름에는 캠페인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멈춘 것은 아니었다. 공공서비스노동조합연맹과 서울중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 조합원들은 전태일 얼굴에 마스크를 씌웠다. 서울노동인권복지네트워크와 전태일병원이 될 것을 선언한 녹색병원 의사들은 전태일의 어깨에 주사를 놓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직, 휴직, 감봉, 과로 등의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주로 노동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전태일 50주기 28차 캠페인에서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노동법 편람을 들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ng.com

전태일 50주기 28차 캠페인에서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노동법 편람을 들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ng.com

전태일 50주기 30차 캠페인에서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노동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전태일 50주기 30차 캠페인에서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노동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전태일 열사 50주기 33차 캠페인은 ‘상암동 방송 노동자 작은 문화제’로 진행되었다. 아름다운청년전태일50주기범국민행사위원회,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방송작가유니온(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 마포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 CJB 청주방송 故 이재학 PD 대책위의 주최로 민중가수 이수진,꽃다지 등의 문화공연으로 진행되었다. 33차를 끝으로 6개월간 진행된 캠페인은 막을 내렸다./김기남 기자

전태일 열사 50주기 33차 캠페인은 ‘상암동 방송 노동자 작은 문화제’로 진행되었다. 아름다운청년전태일50주기범국민행사위원회,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방송작가유니온(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 마포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 CJB 청주방송 故 이재학 PD 대책위의 주최로 민중가수 이수진,꽃다지 등의 문화공연으로 진행되었다. 33차를 끝으로 6개월간 진행된 캠페인은 막을 내렸다./김기남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염력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그러나 치료약이 없는 이 병원체와 거리를 두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구조는 결코 평등한 모습이 아니다. 보건의료노동자의 말처럼 “코로나19의 숙주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품고” 노동을 해야 이 사회가 살아 남을 수 있다. 50여년 전 풀빵을 나누어 주던 전태일의 손을 지금 다시 굳게 잡아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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