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국회에 “낙태 ‘비범죄화’ 방향으로 개정안 마련해야”

2020.11.30 19:38 입력 2020.11.30 22:51 수정

“처벌 규정 존치하면 여성의 자기결정권 등 침해” 의견 표명

국가인권위원회가 30일 국회의장에게 임신을 중단한 여성에 대한 처벌 규정을 존치한 정부의 ‘낙태죄’ 입법예고안(형법 및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에 대해 “낙태죄 비범죄화의 입장을 견지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제19차 임시전원위원회를 열고 정부가 입법예고한 ‘형법 및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표명의 건’을 의결해 이같이 결론 내렸다.

의결 결과 인권위는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낙태한 여성에 대한 처벌 규정의 존치는 낙태를 범죄화함으로써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과 생명권, 재생산권 등을 침해한다.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 심의·의결 시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등 비범죄화의 입장을 견지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의견표명을 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상담 의무화 등 낙태에 대한 새로운 장벽을 도입하는 방식이 아닌 여성이 임신·임신중단·출산 전 과정에서 국가의 의료적, 사회적 지원을 통해 실질적으로 자기결정권, 건강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의 형법 개정안에 따르면 임신 후 14주까지는 여성이 자기결정에 따라 임신 중단을 할 수 있다. 15~24주 사이에는 임부의 건강이나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 상담과 24시간 숙려 기간을 조건으로 임신 중단을 허용했다.

정부는 조건부로 낙태를 허용하는 입장이라고 하지만, 낙태죄 비범죄화를 요구했던 여성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안이 낙태죄 폐지가 아니라 낙태죄 처벌을 실질적으로 부활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약물을 사용해 임신 중단하는 것을 허용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6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정부의 관련 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표명 안건을 논의했지만 의견을 모으는 데 실패한 바 있다. 당시 회의에서 인권위 사무처는 정부 개정안은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조항을 존속시켜 여전히 여성의 자기결정권, 재생산권 등 기본권 침해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이에 일부 상임위원들은 “낙태죄 처벌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다른 상임위원들은 “제한 없이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밝히는 등 이견을 보였다.

이날 임시전원위원회에서도 위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오후 4시에 시작한 위원회는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국회는 정부의 개정안과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들을 병합해 심사한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낙태죄 전면 폐지안을 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임신 10주까진 임신 중단을 허용하고 10~20주 사이에는 성폭행 등의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임신 중단을 허용하는 안을 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2월8일 공청회를 연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형법상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회는 오는 12월31일까지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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