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개정 시한 다가오는데…국회는 ‘졸속 공청회’

2020.12.08 21:21 입력 2020.12.08 21:28 수정

정기국회 종료 하루 전 열린 ‘공청회’에 야당 의원 불참

전문가 편파 구성 논란…시민단체 “여성 목소리 담아라”

<b>“여성의 목소리를 들어라” 국회 밖 외침</b> 낙태죄 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가 열린 8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국회 앞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생명존중여성지도자여성목회자연합은 같은 장소에서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여성의 목소리를 들어라” 국회 밖 외침 낙태죄 개정을 위한 국회 공청회가 열린 8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국회 앞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생명존중여성지도자여성목회자연합은 같은 장소에서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낙태죄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정기국회 종료를 하루 앞둔 8일 열렸다. 대부분 낙태죄 존치론자인 전문가들이 참여한 공청회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로 야당 측이 모두 빠진 채 진행됐다. 여성계와 시민사회는 국회가 개정 시한을 20여일 남기고 관련 법안을 졸속으로 처리하는 데 이어 편파적 전문가 선정으로 여론을 왜곡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열린 공청회는 전문가 8명이 각각 10분 내외로 주제발표를 한 뒤 법사위원들의 질의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수처 법안 처리 여파로 예정보다 1시간40분가량 늦게 시작됐고, 법사위원 18명 중 범여권 의원 7명만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정부가 입법예고한 형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의견을 냈다. 정부안은 임신 14주 이내 낙태는 허용하되 15~24주인 경우에는 ‘사회·경제적 이유가 있을 때’ 일정 조건하에서 가능하도록 한다. 이 조건을 벗어나 낙태를 할 경우에는 형사처벌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법조계와 의료계 전문가들은 낙태 처벌 조항 유지를 주장했고 여성계 전문가와 기독교계 학자인 김혜령 이화여대 교수는 낙태죄가 여성 차별에 관한 문제라며 전면 폐지를 주장했다. 회의에 참석한 여당 의원 다수는 낙태죄 조항 삭제가 필요하다며 정부안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낙태죄는 폐지돼야 한다”며 “낙태 처벌과 임신중절 수술 감소는 상관관계가 적은데도 형법으로 임신을 강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주수 제한에 규범력이 없으며 사회·문화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김남국 의원은 “당사자인 20~30대 여성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청회에 앞서 진술인의 편파적 구성이 논란이 됐다. 여야가 추천한 8명의 전문가 중 음선필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등 5명은 낙태죄 유지를 주장해왔다. 낙태죄 조항과 주수 제한 등을 삭제할 것을 주장하는 진술인은 김혜령 교수 등 2명에 불과해 여론 왜곡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법사위는 이날 청취한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법안 처리를 한다는 방침이지만 개정 시한을 20여일 앞두고 졸속 처리에 나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발의된 낙태죄 관련 형법 개정안은 정부안을 포함해 총 4건이다. 권인숙·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은주 정의당 의원도 같은 취지의 개정안을 냈다. 임신 6주 미만의 경우 낙태를 허용하는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안도 발의돼 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같은 시각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공청회가 국회 본회의 종료를 하루 앞두고 졸속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 국회가 들어야 하는 것은 일부 편파적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아닌 여성들의 목소리”라고 비판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정부와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후퇴시키려 한다”며 “지난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앞두고 집회에서 했던 이야기를 지금도 해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은주 의원은 “오늘 공청회는 여성의 목소리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무시하고 낙태죄를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속셈으로 채워져 있다”며 “여성 차별과 폭력의 역사를 멈추고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존중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와 국회가 그동안의 논의를 거꾸로 돌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고려대와 중앙대 등 서울 5개 대학에는 대학생 페미니즘 단체 ‘모두의페미니즘’이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며 쓴 대자보가 잇달아 붙었다. 공청회 진술인 음선필 교수가 소속된 홍익대에는 “차라리 홍익대 여학우들의 의견을 들으라”는 내용의 학내 단체 자보가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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