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3일 30년 전엔 MBTI 대신 '이것'?

2021.02.23 00:00 입력 2021.03.04 10:34 수정

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MBTI와 컨셉이 비슷한 ‘16 Personalities’ 검사 캐릭터들. 정식 MBTI와는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NERIS Analytics Limited 제공

MBTI와 컨셉이 비슷한 ‘16 Personalities’ 검사 캐릭터들. 정식 MBTI와는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NERIS Analytics Limited 제공

■1991년 2월23일 고교생 10명 중 7명이 “믿습니다” 외친 것

요즘 어딜 가도 ‘MBTI’ 이야기입니다.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앞글자를 딴 MBTI는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눈 성격유형 지표인데요. 심리테스트와 비슷한 설문지와 외향성-내향성이나 사고형-감정형 등 직관적인 분석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층이 MBTI에 열광하는 듯합니다.

2020년대 학생들에게 MBTI가 있다면, 1990년대 학생들의 MBTI는 ‘사주’였나 봅니다. 30년 전 이날 경향신문에는 고교생의 71%가 사주를 믿는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1991년 2월23일 경향신문

1991년 2월23일 경향신문

기사는 그해 1991년 부산시아동청소년회관이 청소년 관계 프로그램 개발에 참고하기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부산 시내 고교생 1032명을 대상으로 의식구조를 조사한 프로젝트였습니다.

기사를 보면, 설문조사에서 ‘사주, 팔자, 운명 같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자 고교생 71%가 “약간 믿을 만 하다”고 답했습니다. “전적으로 믿는다”는 응답은 1%였고, “믿을 가치가 없다”는 응답은 28%였습니다. 생활 수준이 높을수록, 여학생일수록 사주를 더 많이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도 이미 인기였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51%가 “인생을 즐기며 작은 행복이나마 가꾸며 살겠다”고 답했습니다.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52%가 “성실하게 맡은 바 책임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했네요.

1997년 경향신문에 실린 사주팔자 광고

1997년 경향신문에 실린 사주팔자 광고

이성교제에 대한 설문 결과도 흥미롭습니다. ‘학생으로서 이성교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84%가 “건전한 이성교제는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꽉 막힌’ 사회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었던 게 느껴지네요. ‘혼인 전 성관계’에 대한 질문에도 54%는 “절대 안 된다”고 했지만, 적지 않은 수인 29%는 “애정만 있으면 상관 없다”고 했습니다. “결혼할 사이라면 무관하다”는 응답은 16%, “애정이 없어도 무관하다”는 응답은 1%로 나타났습니다.

여러 모로 요즘 청소년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기사가 설문조사를 해석하는 방식은 오늘날 가치관과 꽤 다른 것 같습니다. 기사는 “요즘 고교생들은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기상보다 사주·팔자 등 운명에 의존하는 나약한 성향을 보이고, 도덕성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습니다.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면 “훈계하지 말라”는 답이 돌아올 것 같네요. 변화하는 시대 속 시각차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MBTI도 사주팔자도,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인기를 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5월 경향신문 기사(▶나도 모르는 ‘나’를 맞혀봐, MBTI)에서 “누구나 자기 자신과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은 욕구가 있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과 욕구가 많아지는 상황에선 이런 다양한 검사가 더욱 유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충돌하는 젊은 시절, 그동안 잘 몰랐던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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