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 "인간다운 기숙사에 살고 싶다"…엿새 앞선 노동절 행진

2021.04.25 17:08 입력 2021.04.25 18:49 수정

2021 세계 노동절을 일주일 앞두고 25일 오후 서울 청계천 전태일다리 부근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며 행진을 펼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2021 세계 노동절을 일주일 앞두고 25일 오후 서울 청계천 전태일다리 부근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등을 요구하며 행진을 펼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국내에 체류 중인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절을 일주일 앞둔 25일 ‘사업장 변경 제한 폐지’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숙사 보장’ 등을 외치며 서울 곳곳에서 행진했다.

이주노조,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이주민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역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롯데백화점 본점, 종로구 평화시장 앞 전태일다리 앞 등 4곳에서 중구에 있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까지 행진한 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을 외치며 피 흘리고 싸운지 131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유행 이후 각종 인종차별에까지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지방자치단체들이 모든 이주노동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한 사안이 도마에 올랐다. 이들 단체는 “정부는 인종차별적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며 “백신 접종에서도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이주노동자가 배제되지 않도록 통번역 지원 등 차별 없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서울시와 경기도 등은 관내 모든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서울대 인권센터, 국가인권위원회, 외국 정부와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명백한 차별’이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는 해당 행정명령을 철회했다. 하지만 대부분 지자체는 철회하지 않았다.

또 이들은 농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주의 성폭력에 노출된 사례 등을 들며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고용허가제 조항 폐지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주노동자들이 반인권적이고 안전하지 못한 숙소에서 버티며 일하는 이유는 자기 의지대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는 고용허가제 때문”이라며 “인권침해의 온상이 되고 있는 사업장 변경 제한을 하루 빨리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은 이주노동자가 처음 고용허가를 받은 사업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법에 정해진 사유가 있을 때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허가를 받지 않고 일을 그만두거나 사업장을 옮기면 강제퇴거 대상이 된다. 사실상 사용자 허가가 있어야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어 각종 인권침해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들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기숙사 보장도 요구했다. 지난해 12월20일 캄보디아 국적의 31세 여성 이주노동자 속헹이 경기 포천시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사망한 채 발견돼 이주노동자들이 사는 기숙사의 열악한 상황이 드러났다.

이들 단체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숙사를 보장해야 한다”며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이주노동자 기숙사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기숙사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이주노동자 기숙사 사진전-코리안 드림: 사람 사는 숙소?’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등에서 진행 중이다.

‘메이데이’라고 불리는 5월1일은 노동절이다. 1886년 5월1일 미국에서 벌어진 총파업을 시초로, 이후 전세계로 확산돼 노동자의 권리를 제창하는 날이 됐다.

국내 근로기준법은 이날을 법정휴일로 정하고 있어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임금을 받으며 쉴 수 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당일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기 때문에 이주민단체들은 해마다 5월1일 이전 주의 일요일에 모여서 노동절을 기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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