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1일 서울 한복판에 책과 글을 남기다

2021.05.11 00:02 입력 2021.05.12 16:31 수정

196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오래 전 ‘이날’] 5월11일 서울 한복판에 책과 글을 남기다

■1981년 5월11일 영국엔 포일즈, 미국엔 반스 앤 노블, 한국엔?

40년 전 이날 경향신문에는 “국내 최대서점, 내달 문 열어”라는 제목의 기사가 조그맣게 실려있습니다. “자본금 10억원에 국내서적 50만권, 외국서적 10만권을 갖추게 될 국내 최대의 서점”이라며 “그동안의 준비를 끝내고 오는 6월초 서울 종로1가 1번지에 문을 연다”고 전합니다. 기사 말미엔 “이 서점을 세계 최대급인 영국의 포일즈, 미국의 반스 앤드 노블, 일본의 야에스에 필적하는 규모로 키워나가겠다고 자신만만”이라는 사측의 포부도 소개돼 있습니다.

“서울 종로1가 1번지”에 있는 “국내 최대의 서점”...바로 교보문고입니다. 교보문고는 1980년 12월 대한교육보험주식회사(현 교보생명)의 자회사로 설립됐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81년 6월1일 1호점인 광화문점을 내게 되는데요. 기사는 광화문점의 오픈 예정 소식을 간단히 전한 겁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대형 자본이 참여한 최초의 국내 서점이었는데요. 규모는 지금도 교보문고 강남점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로 큽니다. 그러나 단일층 규모로는 국내 최대이며 세계 최대라고도 합니다. 2015년에 벌써 소장 도서가 약 60만권에 달했고, 연평균 방문객은 1500만명에 달했습니다. 적어도 규모 면에서는 ‘포일즈와 반스앤노블에 필적하겠다’는 포부가 허언이 아니었네요.

당시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들어선 교보생명 광화문 사옥 지하 1층은 수도 중심지 한복판이라는 위치적 이점 때문에 높은 임대료 수입이 기대되는 자리였습니다. 그래서 수익성 높은 상가를 들일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그 자리에 상가 대신 서점을 집어넣은 건 교보생명 창립자인 고 신용호 회장이었습니다. 1974년 교보생명 광화문 사옥을 지을 당시부터 신 회장은 지하에 서점을 열 것을 염두에 두었다고 합니다. 당시 회사 임원들은 서점은 수익성이 없을 것이라 우려했지만 교보문고는 5년 만에 손익 분기점을 넘어섰습니다. 2000년대에는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서적판매 부문 7년 연속 1위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1994년엔 대전점, 2003년엔 강남점 등 전국에 24개 지점을 열었고, 1997년에는 국내 최초로 인터넷 서점도 열었습니다. 2006년부터는 전자책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1981년 5월11일자 경향신문

1981년 5월11일자 경향신문

신 회장이 대한민국 최고의 노른자 입지에 상가 대신 서점을 집어넣은 건 ‘한국에도 나라를 대표하는 서점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집니다. 그가 교육보험사를 창업한 이유도 ‘한국에 자원이라고는 사람밖에 없다’는 신념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신 회장은 독립운동가 출신으로 중국에서 큰 돈을 벌어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신 회장의 첫째 형 신용국은 독립투사로 옥고를 치뤘으며, 둘째 형 신용율은 소작쟁의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 있습니다. 셋째 형 신용원은 군국주의 찬양가 연주를 거부해 고문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넷째 형 신용복은 일제강점기 당시 민족계 보험회사인 조선생명의 지점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3년 신 회장이 타계한 직후 유산 상속 과정에서 신 회장 일가가 2000억원에 육박하는 상속세를 전액 납부해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신 회장은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계절마다 글귀 하나씩을 선물하고 있는데요. 교보생명 광화문빌딩과 강남빌딩에 내걸린 ‘글판’도 1991년 신 회장이 제안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경제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은 계몽적 문구가 걸리다가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부터 지금과 같은 서정적인 시구가 걸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광화문 글판’ 30주년을 기념해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가장 사랑받았던 글귀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였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글귀가 가장 기억에 남으셨나요? 저의 경우는 기사 첫머리 사진에 담긴 글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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