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 지원 받은 전자발찌 살인범…‘성범죄 전력’ LH도 집주인도 몰랐다

2021.09.01 16:00 입력 2021.09.01 16:11 수정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모씨가 8월 31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모씨가 8월 31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전과 14범 강모씨(56)의 ‘성범죄 전력’은 그에게 살곳을 제공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건물주 모두 몰랐다. 법무부와 경찰은 강씨가 자택에서 살인을 저지른 뒤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을 때도 전자발찌 훼손 사실 등의 정보를 주민들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강씨는 지난 5월6일 천안교도소에서 가출소한 다음날 서울 송파구 거여동 동사무소를 찾아 국민기초생활보장을 신청하면서 ‘LH 임대주택’ 입주를 희망했다. 접수를 받은 동사무소는 강씨가 소득과 재산이 없어 입주 자격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11일 LH에 긴급주거지원자로 강씨를 추천했고, LH는 14일 강씨에게 선정 사실을 통보했다.

LH는 동사무소로부터 강씨가 ‘출소자여서 긴급주거지원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받았을 뿐 복역 사유나 성범죄 전력 등은 전달받지 못했다. 동사무소 직원들도 접수 당일 강씨의 범죄정보를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게 없고, 이후 면담 과정에서 전자발찌를 차고 있다는 소식 등을 전해들은 게 전부라고 한다.

강씨가 살인을 저지른 집은 LH가 전세를 얻어 저소득층에게 장기간 재임대하는 공간이다. LH가 임차인에게 지원할 수 있는 한도액은 1억1000만원으로, 한도금 안내를 받은 강씨는 자신이 살 주택을 직접 물색했다. LH는 건물주에게 1억750만원을 지급했다. 강씨는 송파구청에서 보증금 200만원도 현금으로 지원받았다. 임대차 계약은 지난 5월27일 강씨와 건물주, LH 관계자가 함께 만난 자리에서 이뤄졌다. 건물주는 강씨의 성범죄 전력을 전혀 몰랐다.

정부는 시민의 알권리와 자기보호를 위해 2011년 4월 이후에 발생한 성범죄 가해자의 신상을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2008년 4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1만1000여명의 신상정보도 추가 공개했다. 하지만 강씨는 2008년 4월 이전에 형을 확정받았기 때문에 공개대상에 빠졌다. 강씨는 2005년 특정범죄가중처벌법(강도·절도) 위반과 성폭력범죄처벌법(특수강도강간 등) 위반 등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뒤늦게 강씨의 성범죄 전력을 알게 된 건물주와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건물주 A씨는 지난 31일 기자와 만나 “기초생활수급자이고 힘든 분인줄 알았지 누가 범죄자인지 알았겠느냐. 전과자에 살해까지 저질렀다는 소식을 듣고 지금 너무 떨려서 밥도 안 먹히고 잠도 안 온다”며 “입주자 분들은 나가겠다고 하는데 관련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게 너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발찌 훼손 사건이 발생한) 금요일(8월27일)에 경찰이 왔을 때도 ‘실종’이라고만 했지 제대로 말을 안 해줘 협조를 제대로 못해줬다”며 “건물주인 저희한테라도 협조를 구했으면 2차 피해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이웃주민 B씨(40대)는 “아이들이 많이 왔다 갔다 하는 동네인데 살인 사건이 났다고 해 불안하고 걱정이 많다”며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도 안 뜬다고 들었는데, 그런 사람들의 인권이 더 중요한가. 아이들이나 주민들의 인권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민 C씨(84)는 “이 근방에서 15년을 살았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 너무 무섭고 막연한 불안함이 있다”며 “성범죄는 특히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하는거 아니냐. 그래야 우리도 조심을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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