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훼손 살인범’ 그가 누군지, 주민센터도 집주인도 몰랐다

2021.09.01 21:23 입력 2021.09.01 21:24 수정

긴급주거 지원자로 LH와 임대 계약

2008년 형 확정, 성범죄자 공개 제외…

1차 범행 전 흉기·절단기 구입…

경찰, 계획범죄에 ‘무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기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전과 14범 강모씨(56)의 ‘성범죄 전력’은 그에게 살 곳을 제공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건물주 모두 몰랐다. 법무부와 경찰은 강씨가 자택에서 살인을 저지른 뒤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을 때도 전자발찌 훼손 사실 등의 정보를 주민들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강씨는 지난 5월6일 천안교도소에서 가출소한 다음날 서울 송파구 거여동 주민센터를 찾아 국민기초생활보장을 신청하면서 ‘LH 임대주택’ 입주를 희망했다. 접수를 받은 주민센터는 강씨가 소득과 재산이 없어 입주 자격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11일 LH에 긴급주거지원자로 강씨를 추천했고, LH는 14일 강씨에게 선정 사실을 통보했다.

LH는 주민센터로부터 강씨가 ‘출소자여서 긴급주거지원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받았을 뿐 복역 사유나 성범죄 전력 등은 전달받지 못했다.

주민센터 직원들도 접수 당일 강씨의 범죄정보를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게 없고, 이후 면담 과정에서 전자발찌를 차고 있다는 소식 등을 전해들은 게 전부라고 한다.

강씨가 살인을 저지른 집은 LH가 전세를 얻어 저소득층에게 장기간 재임대하는 공간이다. LH가 임차인에게 지원할 수 있는 한도액은 1억1000만원으로, 한도금 안내를 받은 강씨는 자신이 살 주택을 직접 물색했다. LH는 건물주에게 1억750만원을 지급했다. 강씨는 송파구청에서 보증금 200만원도 현금으로 지원받았다. 임대차 계약은 지난 5월27일 강씨와 건물주, LH 관계자가 함께 만난 자리에서 이뤄졌다.

정부는 시민의 알권리와 자기보호를 위해 2011년 4월 이후에 발생한 성범죄 가해자의 신상을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2008년 4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1만1000여명의 신상정보도 추가 공개했다. 하지만 강씨는 2008년 4월 이전에 형을 확정받았기 때문에 공개 대상에 빠졌다. 강씨는 2005년 특정범죄가중처벌법(강도·절도) 위반과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등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뒤늦게 강씨의 성범죄 전력을 알게 된 건물주와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건물주 A씨는 지난달 31일 기자와 만나 “기초생활수급자이고 힘든 분인 줄 알았지 누가 범죄자인지 알았겠느냐”며 “입주자분들은 나가겠다고 하는데 관련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게 너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경찰은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강씨는 1차 범행 당일인 지난 8월26일 오후 4시쯤 송파구 거여동 자택 인근 철물점에서 절단기를 사고 1시간 뒤 삼전동 소재 마트에서 흉기도 구입했다. 이후 같은 날 오후 9시30분에서 10시 사이 자신의 집에서 여성을 살해했다. 경찰은 또 강씨가 첫번째 살해 여성의 휴대폰을 범행 다음날인 8월27일 낮 12시쯤 송파구 방이동 소재 빌라 화단에 버린 사실도 확인했다. 서울경찰청은 2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공개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